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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오동운 “딸에 아파트 하나는 해줘야한다는 소박한 생각에”… 사실상 ‘세테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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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부동산 증여’ 논란 오동운 청문회

가족 관련 의혹에 여야 한목소리 질타

여야, 채 상병 특검·공수처 존속 공방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딸에게 부동산을 편법 증여했다는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송구하다”고 밝혔다. 여야는 편법 증여 논란 등 오 후보자의 가족 관련 각종 의혹을 한목소리로 질타했으나,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채 상병 특검법, 공수처의 존재 가치 등을 두고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오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아파트 하나 정도는 마련해줘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에, 또 급박한 상황에서 하다 보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위가 이뤄진 것에 대해 굉장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무사 자문에 따른 절세 차원이었다. 3억5000만원을 증여하면서 증여세 4850만원을 냈다”며 “불법적인 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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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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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세테크’가 이뤄진 사실을 대체로 인정한 셈이다. 오 후보자는 2020년 8월 재개발을 앞둔 부인 소유 부동산을 당시 20살이던 딸에게 4억2000만원에 매도 형식으로 넘겼는데, 딸은 오 후보자로부터 증여 받은 3억5000만원과 대출금으로 구매대금과 증여세 낼 돈을 충당했다.

오 후보자는 부인을 자신이 근무하던 법무법인의 운전기사로 채용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아내가 송무지원, 운전기사 등 직원 한 명분의 직무를 수행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제가 초기에 법원과 구치소를 오가면서 운전업무가 많이 필요할 때 아내가 도와줬었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많은 국민이 후보자의 ‘아빠찬스’, ‘남편찬스’에 분노하고 계신다”(국민의힘 박형수 의원), “고위공직자가 법 지식으로 조세 회피를 어떻게 하는지 낱낱이 보여줬다”(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고 질타했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채 상병 사건을 놓고는 여야가 거센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수처장은 필요하면 대통령도 소환하고 수사할 수 있나”라고 추궁했다. 오 후보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의지가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공수처가 정말 잘 수사했으면 좋겠는데, 안 되면 공수처가 존재 가치를 잃고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도 “기소권이 없는 수사기관(공수처)의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은 수사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공수처를 만들어놓고 무용지물화하고 있다’는 취지로 맞받았다. 김형동 의원은 “이 기관은 수명을 다했다”고 꼬집었고, 장동혁 의원은 “공수처를 존속시켜야 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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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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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일방 통과시키면서 수사권만 부여했다”며 “지금 와서 기소권이 없으니 특검을 해야 한다는, 이런 논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오 후보자는 경남 산청 출신으로 부산 낙동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27기로 약 20년간 판사를 지낸 뒤 법무법인 금성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

공수처장은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한 자리는 아니어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민주당 노종면 대변인은 “공수처 기능을 약화시켜 왔고 공수처장 공백을 넉달 동안이나 방치해 온 윤 대통령이 이제 와서 공수처장을 앉히려는 의도는 너무 뻔하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포장해 특검법을 거부하겠다는 포석”이라며 “대통령이 이번에도 국회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특검법을 향한 국민적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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