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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문재인 회고록 “김정은, 핵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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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2주년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출간

동아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김 위원장이 그런 표현을 누누이 썼어요.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 우리가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뭣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자기에게도 딸이 있는데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7일 출간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김영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회고하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그렇게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것에 대해 매우 답답한 심정을 거듭 토로했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회고록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발표한 첫 회고록으로, 재임 5년간 있었던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 등을 비롯해 주요한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소회와 후일담 등이 담겼다.

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 외교부 1차관 등 역임한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질문하고, 문 전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각 시기 주요 장면을 담은 사진 100여 장도 함께 실렸다.

책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가 정말 잘 맞는다. 최상의 ‘케미’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게는 동맹외교의 파트너로서 아주 잘 맞는 편이었다”면서 “무례하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그가 솔직해서 좋았다. 웃는 얼굴을 하지만 행동은 달라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다”고 평했다.

반면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었다. 만나는 순간에는 좋은 얼굴로 부드러운 말을 하지만 돌아서면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해서 오랫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협상 중단을 지시하기까지 했다”고 돌이켰다. 문 전 대통령은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나 양국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것은 없었다. 오히려 미 정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하다는 여론이 생길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맹 간에도 국익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국익을 우선에 두고 당당하게 임하면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동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후 친교 만찬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2.2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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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은 ‘노 딜’(No deal)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당시로서는 하노이 노딜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끝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말을 하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친서도 계속 오가고, 나중에 판문점 삼자회동이 있었다”며 “그랬기 때문에 북미 간에 3차 정상회담을 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나중에 그런 판단을 하게 됐을 때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고 여러 번 제안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실기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타이밍에 내가 제안해서 한번 보자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집필한 계기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자랑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이룬 일과 이루지 못한 일의 의미와 추진 배경, 성공과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설명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실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했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미중 간의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우리 외교의 여건이 더욱 힘들어졌고, 거기에 더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린 현 정부의 과도하게 이념적인 태도가 우리 외교의 어려움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북 정책에 대해 “관계의 위기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이 걱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과한 대응, 무엇보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대화를 통해 위기를 낮추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교보문고 국내도서 정치·사회 분야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7일 오후 서점에 배포되며 오는 18일부터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구매 가능할 예정이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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