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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민주당, ‘검사 206명 증원법’ 돌연 반대...“실수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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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 7일 법사위 소위 통과

野지도부 “부정적 의견에 재논의 필요”

판사 늘리니 검사도...기계적 균형 반감

헤럴드경제

검사 정원을 향후 5년간 206명 늘리는 검사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며 21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더불어민주당 내부 기류 변화에 제동이 걸렸다.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된 절충안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재논의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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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 법안소위는 7일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 원안을 수정해서 의결했다. 정부안은 검사 정원을 향후 5년간 총 220명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같은 기간 동안 검사증원 규모를 206명으로 축소했다. 법무부는 당초 계획에서 수사검사 증원을 최대한 배제하고, 공판검사와 육아휴직 대체인력 등을 중심으로 검사 수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여야 절충안을 수용했다.

당시 소위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 소속 소병철 소위원장은 “(검사정원법 개정안의)합의안을 만들어 내기까지 여야 간사들이 여러가지 고충이 있었다”며 “법무부 차관이 대승적인 결단을 해주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을 하는 걸로 정리하며 마무리 한다”고 말했다.

현재 법사위에는 판사 정원을 늘리는 판사정원법 개정안 2건도 계류 중이다. 향후 5년간 370명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 법안과 같은 기간 동안 판사 정원을 1000명으로 늘리는 민주당 법안이다. 소위는 2건의 개정안 내용을 통합해서 하나의 ‘위원회 대안’을 마련해 처리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검사정원법 개정안이 소위를 통과한 후 상임위 차원의 논의와 별개로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 내에서 해당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소위 다음으로 이어질 의사일정인 법사위 전체회의 결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 관계자는 “당초 (지도부에) 여당이 주장하는 검사정원법과 우리당이 추진하는 판사정원법을 같이 논의한다고 보고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며 “소위 의결 시점에 원내 지도부가 바뀌면서 검사정원법에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됐고, 당 지침을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는 소병철 소위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에게 검사정원법 개정안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내에서는 ‘판사를 늘리기 때문에 검사도 늘려야 한다’는 기계적인 균형 논리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부터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수사제도 변경으로 인한 검찰의 업무량 변화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판 검사에 한해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이 법무부의 입장이지만, 수사 검사를 증원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당내에서 다시 한 번 논의를 해봐야 될 것 같다”며 “법무부 논리는 판사를 늘리니까 검사도 늘려달라는 논리인 것 같은데 판사를 늘렸다고 해서 검사를 늘려야 되는지는 다시 한 번 좀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민주당 지도부와 비슷한 입장이다. 공판검사에 한해 검사증원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동시에 검사 업무량과 관련해 증원이라는 인적 조치에 앞서 공판 중심의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인 조국혁신당 박은정 당선인은 “(개정안은) 공판부 검사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를 보장할) 근거 규정은 없다”며 “현재 검사정원에 근거해 검사정원법 시행령과 사무기구 규정을 개정하고 공판부와 형사부 중심으로 조직과 기능을 개편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소위 의결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자당 소속 법사위원들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법사위 소속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검사 206명 증원하는데 민주당이 찬성을 했다. 그다음에 반대냐. 민주당의 입장이 정확히 무엇인가”라고 묻는 진행자의 말에 “이 부분이 약간 미스(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무슨 얘기냐면 여야 간사 간 합의를 한다. 이날 같은 경우엔 60건이 넘는 법안을 굉장히 짧은 시간에 처리해야 되니까 간사 간 합의된 대로 처리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이라며 “뚝딱 처리했는데 약간 미스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 증원에 대해서 반대하는 게 원래 기존의 입장이었고 그 부분은 유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 선회에는 정무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운용 행태를 비판하며 22대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벼르는 상황에서 검사 증원을 법으로 허용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모순된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전체회의도 있고 본회의도 남아 논의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박상현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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