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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사실상 의대 증원 확정…‘빅5’ 전임의 복귀 움직임에 계약률 70.4%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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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의 계약률 70%대 진입…의료공백 초기 두 배 이상 ↑

병원 떠난 전임의 복귀율 상승, 전공의 복귀에 영향 줄까

법원 판단에 뿔난 의료계 집단행동 이어갈 가능성 높아

정부 “대입절차 마무리…이탈 전공의 빨리 돌아와라”

헤럴드경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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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이태형 기자]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석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수를 도우며 세부 진료과목을 진료하는 전임의 계약률이 ‘빅5’ 병원에서 70%를 넘어섰다.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각하 결정으로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이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전임의 복귀 움직임이 이탈 전공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보건복지부가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성모·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계약대상 전임의 중 계약한 비율(전임의 계약률)은 지난 13일을 70.1%를 기록하며 이번 의정 갈등 상황에서 처음으로 70%대에 진입했다. 계약대상자 1212명 중 850명이 계약한 것으로, 14일에 3명 더 늘어 계약률이 70.4%로 상승했다.

전임의들은 지난 2월말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집단이탈 움직임에 동참했다. 의료공백 초기였던 지난 2월 29일 ‘빅5’ 병원의 전임의 계약률이 33.9%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조금씩 높아져 2배 이상이 됐다.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계약률은 지난 14일 기준 67.3%(2786명 중 1876명)로 ‘빅5’ 병원보다는 조금 낮지만, 70%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연구하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 흔히 펠로나 임상강사로 불린다. 주로 1년 단위로 병원과 계약을 맺고, 병원들은 정원을 정해 전임의 수를 관리한다.

전임의 계약률이 높아진 배경에는 크게 두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보의가 소집해제되고 군의관이 전역하면서 전임의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났고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났던 전임의들의 서서히 복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의들은 의대 교수가 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가 지역 거점 국립대의 의대 교수를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 전임의 복귀 동력의 하나로 꼽힌다.

전임의 계약률은 법원이 의대 증원·배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것을 계기로 더 높아질 수 있다. 전날 서울고법 행정7부는 의대생,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전임의의 계약률 상승이 법원의 결정과 맞물려 이탈 전공의의 복귀 흐름을 이끌며 의료 정상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하루 동안 복귀한 전공의는 30여명으로, 최근 전공의들 중 일부 복귀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대다수 전공의는 복귀 거부 ‘대오’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분노하는 분위기다. 법원이 의료계의 손을 들어 인용 결정을 내렸다면 의료계가 사분오열될 수도 있는데, 기각 결정으로 계속 똘똘 뭉칠 수 있는 명분이 됐다는 논리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 뒤로 전공의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전공의 단체 SNS 등에서는 “차라리 잘 됐다”는 냉소적 반응들이 나왔다. 한 전공의는 “오히려 기각이 낫다. 단일대오를 유지하자”고 했고, 다른 이는 “인용됐으면 교수가 더욱 복귀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전공의도 “인용됐다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듯한 퇴로를 제공하는 셈이 되는 것인데, 오히려 인용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도 아직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임시총회를 열고 “각하나 기각이 될 경우를 대비해 ‘근무시간 재조정’을 심도 있게 상의했다”며 추가적인 휴진이나 진료시간 단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의비는 오는 23일 총회를 열고 최종 대응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의료계 측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법원 결정 직후 즉각 재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자단체는 사법부의 판단을 지지하면서 의료정상화 기대감을 높이는 한편, “의료계는 원하는 결론이 아니라고 부정하지 말고 즉시 복귀해 정부와 협상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법부 판단을 기점으로 더이상의 논쟁과 갈등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으며,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환자와 국민들은 이번 의료사태로 인해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다. 환자들은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조속한 의료정상화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이날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3개월이 돼간다”며 “환자단체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호소에 귀 기울이고 본인의 진로를 생각해 지금이라도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의료개혁) 4대 과제에 대한 추진동력을 확보한 만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 의료개혁 추진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겠다”며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 출발점으로, 27년간 증원하지 못한 의대 정원을 이제라도 늘려서 무너져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도 법원 결정 직후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대학별 학칙 개정과 모집인원 확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정부의 증원 결정에 따른 대학별 학칙 개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2일 전국 의대가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상 의대 모집인원을 취합해 증원 규모가 1469~1509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대학들은 의대 증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했지만, 일부 대학들은 법원 결정 이후로 개정을 미뤘었다.

법원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절차를 잠시 멈춘 대학들이 개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칙 개정과 함께 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기존에 대학들이 제출했던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이달 말 각 대학의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이 확정된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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