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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글로벌 시민] 5월은 ‘파티마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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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이투데이

거리에 형광색 조끼를 입은 여행자들이 여럿 보인다. 그들은 도로를 따라 걷거나 카페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슈퍼마켓에서 물과 간단한 음식을 사서 가방에 넣으며 동료들과 얘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5월과 10월, 1년에 두 번 있는 풍경이다.

이들은 파티마로 향하는 순례자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코임브라는 북부지역에서 출발한 순례자들의 경유지로 파티마까지 거리는 80km 남짓이다. 그래서 성모발현 기념 미사가 열리기 3~4일 전이면 아침부터 코임브라 도로엔 행군하듯 많은 순례자들이 파티마로 분주히 발걸음을 옮긴다.<사진>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3F’가 있다. 국민 스포츠인 ‘축구(Football)’와 전통음악 ‘파두(Fado)’, 그리고 성모발현의 기적이 일어난 곳 ‘파티마(Fatima)’가 그것이다.

5월은 그 중에서도 파티마의 계절이다. 파티마는 포르투갈 중부 내륙에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도시. 1917년 5월 13일 이곳에 살던 세 명의 목동 앞에 하늘에서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 성모 마리아는 이 아이들에게 죄인들의 회개와 세계 평화를 위해 묵주기도하고 고행을 바치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세 가지 비밀스러운 예언(1차 세계대전 종료와 2차 세계대전 발발, 러시아의 공산화, 교황 암살 기도)을 남긴다. 또 자신의 발현을 다른 사람들이 믿을 수 있도록 기적을 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성모가 약속한 10월 13일 파티마에 모인 7만여 명의 사람들은 ‘태양의 기적’을 목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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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현장에 있던 한 신문기자는 “오후 1시경 먹구름들이 갑자기 물러갔고 비가 그쳤다. 그리고 태양이 두꺼운 구름층을 뚫고 나와 은빛 원반처럼 회전하며 여러 색깔의 빛을 내 지상을 물들였다. 태양은 지그재그로 움직이다 땅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사람은 이 기적에 압도돼 흐느꼈으며 모자를 벗고 기도했다. 그리고 앞서 내린 비로 젖었던 모든 물체가 순식간에 말라버렸다”라고 보도했다.

로마 교황청은 ‘태양의 기적’ 이후 13년이 지난 1930년 10월 13일에 파티마를 성모 마리아 발현 지역으로 공식 지정했다. 그리고 성모가 나타났던 곳에 대성당을 지어 5월과 10월에 성대한 미사를 올리는데 올해는 12일과 13일에 연인원 45만 명의 순례자들이 성모발현 기념 행사에 참가해 ‘세계 평화’를 강력히 호소했다.

무작정 나서는 순례는 없다. 가뜩이나 파티마 순례길은 차도 옆을 걷는 구간이 많아서 교통사고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어떤 간절함이 그들을 이 길로 인도한 것일까? 그렇게 힘들게 걸어 도착한 파티마 대성당 앞 거대한 광장에는 무릎으로 걸으며 막바지 고행을 실천하는 가톨릭 신자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의 사연을 알 수는 없지만 마음속에 간직한 소망이 이루어지길 함께 기도해 본다. 파티마(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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