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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북, 조태열 방중에 "구걸외교"…정부 "일고의 가치도 없어"(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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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중국담당 부상 담화 "중국에 '건설적 역할' 운운은 후안무치"

'북남관계' 대신 '조한관계' 표현 첫 사용…김정은 '2국가론' 반영한 듯

연합뉴스

인사 나누는 조태열-왕이
(베이징=연합뉴스) 조태열 외교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5.13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역할을 당부하자 북한이 "청탁과 구걸외교"라며 강하게 견제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에서 중국을 담당하는 박명호 부상은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존위와 위상에 먹칠을 해보려고 불손하게 놀아댄데 대해 그저 스쳐지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부상은 "미국 주도의 반중국 군사동맹권에 솔선 두발을 잠그고 나선 하수인의 신분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에 찾아가 그 무슨 '건설적인 역할'에 대해 운운한 것은 대한민국의 후안무치함과 철면피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조 장관이 한중관계와 한미관계 등 대외관계를 '제로섬'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며 대중국 협력 용의를 밝힌 데 대해서도 "미국이라는 전쟁마부가 미친듯이 몰아대는 '신냉전' 마차에 사지가 꽁꽁 묶여있는 처지에 과연 수족을 스스로 풀고 뛰어내릴 용기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중이 "조선반도 정세불안정의 악성근원과 주된 병집인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한국이 있는 한 지역의 정세는 언제 가도 안정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강변했다.

박 부상은 "한국 외교관들이 20세기 케케묵은 정객들의 외교방식인 청탁과 구걸외교로 아무리 그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해도 우리는 자기의 생명과도 같은 주권적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북한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주일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한중의 공동 이익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계속 중국 측과 건설적 협력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6년 반 만에 지난 13∼1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미중 전략경쟁 구도 등 지정학적 어려움 속에서도 한중 양국이 북한 문제 등을 둘러싼 협력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끈 회담이었다.

조 장관은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고, 왕이 부장은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조 장관 귀국 이틀 만에 나온 이번 담화는 한중이 관계를 회복하면서 북한 문제를 놓고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에 강하게 경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 주도의 반중국 군사동맹 '하수인'이며 신냉전에 '사지가 꽁꽁 묶여있다'고 표현한 것 등은 중국이 한국 쪽으로 다가서지 않도록 하려는 견제성 언사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담화에서는 "조한관계는 되돌려 세울 수 없게 되여있다"며 '북남관계' 대신 '조한관계'라는 표현이 처음 사용돼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외국과 양자관계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조미, 조중, 조로와 같은 표현을 한국에도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을 한민족이나 통일의 대상이 아닌 별개 국가로 보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는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선언한 뒤 "북과 남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잠재적인 낱말들"을 사용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을 지칭할 때 남과 북이 한민족이라는 뜻을 내포한 '남조선'이 아닌 '괴뢰'로 표기했으며, 올해 들어서 '괴뢰한국'이라는 표현을 표준처럼 사용하고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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