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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尹정부 임기 내 '노동법원' 설치 공식화…관건은 '정부의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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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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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동 사건만 전담하는 노동법원을 설치하고, 대리기사·배달라이더 등 노동 약자를 지원하는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보호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임금체불을 근절시키기 위해 반의사불벌죄 손질을 검토하고, 일명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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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토론회 사후브리핑을 열고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약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노동약자보호법 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민생토론회에서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등 노동약자들을 국가가 더 보호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을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신설되는 노동약자보호법엔 노동약자가 질병이나 실업으로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 지원, 권익 증진을 위한 재정지원사업의 법적 근거 등이 담길 계획이다. 기존 노동법만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목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적용 대상이나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 장관은 “플랫폼 종사자, 특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등 다양한 분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와 노사 당사자 등 의견을 들어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가 오랜 기간 요구해온 노동법원 설치도 정부 임기 내에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노동분쟁 처리 절차는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 등 사실상 5심제로 운영돼 피해 구제가 늦어진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임금체불 사건의 경우 민사까지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회복이 더욱 늦어진다. 노무현 정부 당시 사법개혁위원회에서도 노동법원 설치가 논의됐지만, 동력을 얻지 못하고 불발됐다.

임금체불을 근절하기 위해 ‘반의사불벌죄’를 손질하겠다는 의사도 처음으로 밝혔다. 현행법상 임금체불 사건은 피해 근로자가 원하지 않으면 체불 사업주를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임금을 돌려주는 대가로 합의를 강요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탓에 노동계에선 줄곧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 장관은 “악성·반복 등 일정한 조건을 둬서 반의사불벌죄에 대한 부분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고민은 있다”고 밝혔다.

사업장 쪼개기를 통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는, 소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감독도 강화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데, 이를 노려 사업장을 분리해 근로자를 4명 이하로 맞추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미조직근로자 지원 담당부서도 조만간 출범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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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열린 스물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세계일보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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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련의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꺼낸 것은 4·10 총선 참패 이후 한풀 꺾여버린 노동개혁 동력을 되찾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노동법원 설치는 노동계가 오래전부터 염원해온 사안이다. 한국노총은 1989년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국회 청원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선거 정책요구안 등에 노동법원 설치를 포함해왔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 제정부터 노동법원 설치까지, 노동약자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다 경영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는데, 남은 임기가 3년인데다 노동계로부터의 신뢰가 부족한 윤석열 정부에서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노동 개혁을 위해선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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