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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취재파일] "여기 유령 도시인가요?" 현실 반영 못 하는 국토부 미분양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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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입주를 시작한 경남 창원의 480여 가구 아파트는 전체의 90%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집계하는 미분양 통계에서는 아예 빠져있습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이 아파트 한 곳에서만 미분양 물량이 400세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창원시가 집계한 전체 미분양은 358건에 불과했습니다.

'발에 챌 정도로 많은' 미분양 물량이 정부 통계에선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건 건설업계에서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실제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 주택은 얼마나 될까요? SBS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빅테크플러스와 올해 1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 4,400단지, 1,975,654세대의 등기부 등본과 건축물 대장을 분석했습니다. (17년 이후 신규분양단지 대상.) 신중한 집계를 위해 이미 지어진 다음에도 소유주가 개인이 아닌 시행사나 시공사인 경우를 미분양으로 판단했고, 신탁사나 조합 보유분은 제외했습니다. 1월 기준으로 입주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건은 역시 미준공 건으로 분류하여 제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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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국토부 발표와 미분양 통계 사이에는 차이가 꽤 컸습니다. 분석 결과, 현재 소유주가 개인이 아닌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인 미분양 추정 물량은 전국에 2만 9,632채였습니다. 반면 국토부 집계는 1만 1,363채로 약 2.6배 많은 걸로 추정됩니다. 준공 후 미분양이 가장 많은 경기는 정부 통계보다 5개 가까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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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도 이렇게 차이가 큰데 실제 단지별 상황을 추출한 샘플을 보면 더욱 적나라합니다. 충남도청이 3월 말 기준 공개한 자료에는 당진시 전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46건으로 되어있는데, 송산면 한 아파트에서만 317 가구가 미분양으로 확인됩니다. 155 가구가 미분양으로 파악되는 대구의 이 아파트는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건설사 요청으로 비공개'한다고 되어 있어 이 역시 통계에서 다 빠져있습니다.

건설사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미분양 통계



미분양 통계 집계 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각 지자체가 관할 사업장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건설사에 공문을 보내거나 담당자에게 전화로 요청하는 식입니다. 이걸 토대로 국토부는 전국의 미분양 현황을 취합하고요. 문제는 사업장의 자발적인 신고로 집계되고,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보니 허위·축소 신고나 자료 제공 거부에도 강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실제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 '미분양'이라고 검색하면 매달 집계 현황을 볼 수 있는데, 이마저 '건설사 요청으로 비공개'라고 적힌 사업장이 꽤 많습니다. 이런 곳들은 실제 미분양이 있어도 국가 통계에선 '0'건으로 집계되는 셈입니다.

국토부 발표 미분양 6만 4천 가구…"실제 10만 채 웃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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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도 굳이 미분양을 투명하게 공개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고에 충실할 수 없는 환경인 거죠. 계약을 하신 분들도 미분양이 많다고 하면 민원을 넣기도 하고요. 누락 없이 공개하기 위해서는 유인책을 펴야 명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외환위기 때나 건설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가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하자 감춰진 미분양 주택이 신고되면서 2배 넘게 증가한 적도 있습니다.

누락된 통계가 가져올 가장 큰 문제는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판단의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겁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주택 사업 하는 걸 지금쯤 해도 되겠다고 생각해서 들어갔는데, 사실은 미분양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상황이라면 공급실적이 매우 위축될 수 있거든요. 특히 집계조차 되지 않는 미분양 오피스텔의 경우는 더 심각하고요. 전체적인 주택 시장을 보여주기에 현재의 미분양 통계는 굉장히 과소 계상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의사 판단을 해야 하는 주체들로 하여금 오해나 오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서울시가 국토부에 '미분양 신고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도 이런 취지에서 입니다.

주거용 오피스텔 등은 아예 미분양 통계에 잡히지도 않아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중에서도 보고되지 않은 것이 비아파트 부분, 다시 말하면 다세대 연립이나 10가구 이하 주택은 통계에서 다 빠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통계가 현실적이지 못하면 공급량이 늘어야 하는데 늘지 못하거나,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늘어나는 등 주택 공급 시장에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국토부 "당장 미분양 집계 방식 변화 검토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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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도 이런 문제를 모르지는 않습니다. 최근 주택 공급 통계 누락 사태를 계기로 미분양 통계에 대해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집계 방식을 바꾸면 3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통계의 경향성 판단이 어려워 당장에는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 국토부 입장입니다. 낙인 효과 등을 우려하는 건설사의 반대 목소리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요. 분명한 건 현실에 존재하지만 통계에서 빠진 미분양 물량이 전국적으로 쌓이고 있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업계가 어려운데, 정부가 현실 진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자료 제공 및 분석 :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빅테크 플러스' , 스크립터 : 김은빛

제희원 기자 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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