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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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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국, 임금체불 '반의사불벌죄' 손질 시사..."노동약자에 재정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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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성 확대는 노사정 대화서 논의

'노동약자법'은 공제회 설치 지원 등 담겨

'노동법원' 설치 위한 협의 즉시 착수

헤럴드경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한 추진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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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규정을 일부 손 보겠다는 입장을시사했다. 지금은 임금체불은 피해 근로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사업주는 처벌받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 해당 규정이 개정되면 악성·반복 임금체불이 확인된 사업주의 경우 체불임금 지급여부와 관계없이 사법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브리핑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한 추진계획에 대한 사후브리핑이다.

앞서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도 심각한 임금체불 사례가 나왔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이태근씨는 3개월의 임금체불과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이 장관은 “임금체불을 우습게 보는 사업주 인식이 문제로 (체불사업주들에 대해) 우리 경제 수준 걸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역시 “형사 처벌 조항이 없어진 이후에 이게 실질적으로 체불이 예방되거나 빨리 청산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통계적으로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불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면서 “악성, 반복 등 일정한 조건을 둬서 반의사불벌죄에 대한 부분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냐, 라는 고민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 장관의 발언은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1조784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5718억원으로 전년(4075억원) 대비 40.3%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껏 고용부는 체불사업주에 대한 ‘시정지시’와 ‘사법처리’를 중심으로 임금체불 사건처리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고용부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은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한 경우 사업주에게 시정지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임금체불의 경우 피해 근로자들이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사업주가 시정지시를 이행해 뒤늦게 체불임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법 위반 사실이 ‘없던 일’이 된다.

이 탓에 사업주들은 체불임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근로자에게 “사업주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를 강요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밀린 임금을 받는 것이 우선인 피해 근로자는 어쩔 수 없이 사업주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들이 임금체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는 꾸준히 ‘반의사불벌죄’를 폐지를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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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대통령 지시사항에 대한 추진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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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장관은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선 노동관계법과 노동조합 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대리기사와 배달종사자 등 플랫폼 근로자, 영세·계약직 근로자 등이 참여해 현장에서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한 여성 대리기사는 자신이 운영 중인 ‘공제회’를 소개하며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브리핑에선 정부가 말하는 ‘노동약자’의 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이 장관은 “헌법과 노동관계법에 의해서 약자라고 돼 있는 분들은 노조와 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분들”이라며 “플랫폼 종사자, 특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등 다양한 분들이 포함될 수 있는데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노동조합 조직률은 10%대에서 정체한다는 것은 노조 결성과 가입만으로는 약자를 두텁게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노동약자의 실질적 고충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예컨대 토론회에서 제기된 공제회 설치 지원, 계약직 근로자 권익증진을 위한 재정지원 사업의 법적근거 등이 담긴다는 설명이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5인 미만에 대해서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곧 논의할 것”이라며 “근로자와 사용자, 이렇게 대립되는 개념을 전제하고 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게 권리 의무가 생기고 강제하기 위한 처벌조항이 들어가지만 그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노동법원 설치를 위해 법무부, 법원행정처 등 사법부와 협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사법시스템의 큰 변화가 수반돼 심도있는 준비가 필요한 만큼, 임기 내 추진될 수 있도록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법원 등 사법부와 협의도 조속히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원화된 근로자 구제 절차를 ‘원트랙’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노동 형법에 위반해서 어떤 민사상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 ‘지방노동위원회 → 중앙노동위원회 → 법원 3심제’ 등 사실상 5심제 구조를 거쳐야 한다. 반면 독일은 노동분쟁 해결 절차로 1심 지방노동법원 → 2심 주노동법원 → 3심 연방노동법원 절차를 밟는다. 프랑스는 1심은 노동법원에서, 2심과 3심은 일반법원에서 다룬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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