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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르포] '적막강산' 울릉공항 건설현장...중장비 전시장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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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기자(=대구경북)(zoom800@naver.com)]
"흙더미 아래를 파면 무너진다는 거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DL이엔씨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사 맞습니까"...울릉도 한 주민이 이같이 반문하며 건설사를 질타했다.

석가탄신일 연휴로 포항 영일만항 크루즈 선착장에는 울릉도로 가려는 관광객들과 주민들로 붐볐다. 따뜻한 봄 날씨가 동해바다에서 느껴졌다.

근로자의 날로 시작하는 달 5월 14일 포항 영일만항에서 출항한 크루즈 배가 밤새 달려 울릉도에 도착했지만 마음이 왠지 편치만은 않았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항에 다다르자 사고로 멈춰버린 울릉공항 공사현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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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북 울릉군에 건설중인 울릉공항 건설현장 ⓒ프레시안(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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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가 난 울릉공항 건설현장 입구에 들어서자 멈춰선 수십여 대의 중장비가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여느 때 같으면 공사 자재를 싣고 실어 나르는 중장비와 노동자들로 분주해야 할 공사현장 안은 적막감과 썰렁함이 교차했다.

"이만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해야 하나 자칫 여러 사람이 죽을 뻔 했습니다. 전날 폭우로 흙더미에 무게가 잔뜩 실려 있는데 그 아래를 파내니 무너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안전교육 말로만 하면 뭐합니까" 마침 공사현장을 지나던 주민 한 분이 마치 예견된 사고임을 방증하는 말을 했다.

주민의 말을 입증하듯 공사 현장 안에는 각종 안전사고 예방 안내 간판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그중 이번 사고와 관련된 토사붕괴' 주의 안내 간판도 있었지만, 이번 사고를 막는 데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저 형식적인 안내 간판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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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건설현장에 설치된 안전 안내 간판 ⓒ프레시안(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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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중 중장비 임대 업자 A씨를 만났다. A씨는 "공항 건설현장에서 일하려고 전 재산을 털어 덤프트럭 한 대를 사서 이곳에서 일했는데 공사중단으로 생계가 막막하다"며 "이번 사고는 토사 붕괴도 붕괴지만, 속칭 '탕뛰기' 공사가 불러온 인재다"라고 주장했다.

'탕뛰기'는 운반 횟수당 돈을 받는 계약으로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방식은 더 빨리, 더 많이 흙을 실어 나를수록 돈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무리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어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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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공사 현장에 굴삭기 1대가 흙더미 속에 방치돼 있다. ⓒ프레시안(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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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10시 51분께 울릉공항 공사 현장서 가두봉 절취 중 쌓여있던 토사가 무너져 작업 중인 굴삭기 2대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나자 현장에는 119구조대 등 인력 50명, 장비 7대가 동원 돼 구조작업을 펼쳤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해상 매립형 공항 건설 중 가두봉(산봉우리) 절취에 따른 상단부에 쌓여있던 토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하단부로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사고로 굴삭기운전자 2명 중 A(70대)씨는 자력으로 탈출했고 매몰된 B(65)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DL이엔씨 공사현장에서 8명이나 안전사고로 사망했다. 유독 해당 건설사에서만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어 보인다. 관계 당국은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들을 엄중문책하고 건설사는 재발 방지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홍준기 기자(=대구경북)(zoom8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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