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포퓰리스트지만 극우 권위주의자들과 유사 행보
자국 내홍 진원…공직비리 수사 방해·공영언론 장악 등 논란
로베르트 피초 총리 |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 인근 마을에서 15일(현지시간) 총격을 받은 로베르트 피초 총리(59)는 친(親)러시아 성향을 가진 '스트롱맨' 리더십의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슬로바키아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지만, 피초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우크라 지원에 반대하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AP 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1964년 9월 15일 노동자 계층의 가정에서 태어난 피초 총리는 옛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1989년 벨벳 혁명으로 체코슬로바키아가 붕괴하고 슬로바키아에서 민주좌파당(SDL)이 창당하자 이 당에 합류해 1992년 처음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피초 총리는 SDL에서 입각을 희망했지만, 이 바람이 이뤄지지 않자 탈당해 1999년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스메르)을 창당했다.
그 뒤 2006년 스메르의 선거 승리로 총리로 선출돼 4년간 재임하고, 2012년 다시 한번 압승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8년 정부의 부패 의혹을 폭로한 탐사보도 기자의 피살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피초 총리는 지난해 총선 승리로 다시 권좌에 복귀했다. 이 재집권으로 그는 슬로바키아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한 정부 수반이 됐다고 AP는 설명했다.
피초 총리는 선거 유세 당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단 한 발의 탄약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발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나치주의자와 파시스트들이 도발해 러시아의 침공을 자초했다며 사실상 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기도 했다. 나토와 미국이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이 발발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취임 직후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안을 폐기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가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영토를 양도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다만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에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등을 돕겠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피초 총리에 대해 "EU에 우호적인 입장과 극심한 민족주의, 반(反)서구적 레토릭(수사) 사이를 성공적으로 오간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월에는 고위 공직자의 부패 사건을 다루는 특별검찰청을 폐지하고, 금융 범죄 형량을 낮추는 내용 등의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4월에는 공영 방송사에 대한 정부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안을 승인했다.
AP통신은 피초 총리가 "좌파 포퓰리스트로 자주 묘사되지만, 이웃인 헝가리의 민족주의자 총리 오르반 빅토르 같은 우파 정치인과 비교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민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취해왔으며 동성 결혼이나 동성 커플의 입양을 거친 말로 비난한 바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는 마스크 착용과 봉쇄, 예방 접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AP는 "그는 '주권적' 외교 정책을 추구하고 이민과 시민단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고 다짐했으며 성소수자( LGBTQ+) 권리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며 "비판론자 사이에선 그의 재집권으로 슬로바키아가 친서방 노선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최근 슬로바키아에서는 피초 총리의 친러시아 정책과 특별검찰청 폐지, 공영 언론 장악 등에 반대하는 집회가 전국에서 계속된 바 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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