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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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고검장·검사장 인사에 이어 후속인사에도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검찰 내부 일각에서 때이른 보직경쟁에 들어선 중간간부들의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수사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잦은 물갈이 인사로 검찰 고위간부 기수가 대폭 낮아지면서 일선 부장검사들 사이에선 "군번줄이 제대로 꼬였다"는 말까지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이달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2024년 고검검사급 검사 인사 관련 공모직위 및 파견 검사 공모'를 게시하고 오는 17일까지 외부파견 검사 지원을 받기로 하는 등 후속인사 절차 착수를 공식화했다. 공모직·파견 검사 공모가 마무리되면 통상 열흘 안팎으로 인사가 났던 전례에 비춰보면 후속인사가 이달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인사를 늦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3일 단행된 고위간부 인사가 큰 폭으로 이뤄지면서 주요 검찰청의 지휘라인이 대거 공석이 됐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새로 부임한 이창수 지검장 산하의 1~4차장이 모두 승진 또는 보직이동하면서 한동안 참모진 공백 상태가 불가피하다. 후속 인사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인사 폭도 작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인사 대상 기수에 오른 차·부장검사들의 고심은 깊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기수 파괴'라는 말이 나왔던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이후 조직 연소화에 속도가 붙은 데다 이번 인사가 지난해 9월 인사 이후 7개월여만에 단행되면서 보직기간까지 크게 짧아졌다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사표를 내야 할지 고민하는 간부가 많다는 의미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내가 평검사 때는 부장검사 5~6년, 차장검사 3년, 검사장 3년, 고검장 2~3년 정도 할 것으로 생각하면서 고생을 감수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며 "군대로 치면 이등병·일병만 오래 하고 병장은 짧게 하는, 군번줄이 한참 꼬인 느낌이라 중간간부 인사 전후로 다들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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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직 허리를 단단하게 지탱해야 할 차·부장검사들이 너무 빨리 보직경쟁에서 탈락하면서 조직 전체의 힘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지역의 또다른 부장검사는 "(사법연수원) 31기가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후속 인사에서는 32기~34기 일부까지 차장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조직이 너무 어려지면 조직 안정화나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승진 속도가 숨가쁠 정도다 보니 보직경쟁 탈락 여부가 너무 빨리 결정되는 것 같다"며 "경쟁에서 탈락한다고 해서 검사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힘은 빠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수의 검사장이 한꺼번에 옷을 벗으면 검찰 전관들이 주로 맡는 검찰 수사 변호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업한 지 얼마 안된 전관들은 이번 기수 파괴 인사를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퇴직자 일부는 경쟁을 피해 개업을 연기하거나 취업이 가능한 소규모 로펌에 갈 수도 있다. 현재 검사장은 퇴임 후 3년 동안 대형 로펌에 취업할 수 없다.
고검장급 검사 줄사퇴에 이어 중간간부급 사퇴까지 겹치면 검찰 전관들이 주로 맡는 검찰 수사 관련 로펌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관들 입장에서도, 퇴직을 고민하는 현직검사 입장에서도 달가울 수가 없다. 고위간부 인사 전후로 사직한 고검장·검사장만 이주형 서울고검장(25기), 최경규 부산고검장(25기), 노정연 대구고검장(25기), 홍승욱 광주고검장(28기), 배용원 청주지검장(27기), 한석리 울산지검장(28기), 박종근 광주지검장(28기), 주영환 부산고검 차장검사(27기) 등 8명에 달한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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