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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한 언론의 의미 있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 방침을 세웠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내용은 사실 새롭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현재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의 키를 잡고 있는 건 도이치 사건 수사팀이 아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 수사팀이 김 여사 소환 여부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 수사팀이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하면, 도이치 사건 수사팀도 겸사겸사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건의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서는 방문이나 서면 조사가 아닌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선 이원석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있는 만큼, 소환 여부나 시기는 이 총장의 결단에 달렸다. 보도의 내용이 새롭지도, 정확하지도 않다고 한 이유다.
검찰의 속내를 드러낸 검찰 핵심 관계자
그럼에도 해당 보도가 의미 있다고 한 건 보도에 인용된 '검찰 핵심 관계자'의 발언 때문이다. 검찰은 정권 임기 초에는 전 정부 수사, 임기 중반부터는 현 정부 수사를 해 왔다. 정치 검찰이라고 비판 받은 이유다. 검찰이 정치 환경을 보고 조직 보호 논리와 개인 보신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자 보도에는 이런 검찰의 속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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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사건은 2020년 4월 고발장이 접수된 후 4년 넘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전 정부 수사팀, 현 정부 수사팀을 나눠 전 정부 수사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정부 수사팀이 재작년 대선 이전에 기소든 불기소든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처분을 안 해서 현 정부 수사팀에 부담을 넘겼냐는 취지다.
현 정부 수사팀에 대한 검찰 내 비판도 있다. 실기했다는 것이다. 대선 기준 2년 2개월, 취임일 기준 2년 간 처분을 미루면서 사건의 정치적 몸집을 키워 놨고 그 결과 어떤 식으로 처분을 하든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현 정부 수사팀이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사건 처분의 때를 놓쳤고, 그 결과 좁게는 수사팀 넓게는 검찰을 궁지로 몰았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10일 자 보도에 등장한 검찰 핵심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가 필요한 이유로 "(총선에서) 여당 참패로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 압박이 커졌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했다면 다른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윤석열 정권 출범 후 2년 여 간 관심의 초점이었던 김 여사 소환 여부(처분 여부)를 정치 환경을 보고 판단해 왔다는 솔직한 자기 고백과 다름없다.
정치 환경, 법원에 책임을 돌린 검찰 핵심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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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 결심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배우자를 소환 조사하는 건 물론 검찰의 의지 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법과 원칙에 기반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검찰은 반복적으로 이야기 해 오지 않았나. 이 관계자의 이 발언 역시 검찰이 주변 환경에 따라 사건을 다뤄왔다고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또 "올해 초 (도이치 사건)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항소심 재판이 끝나면 그때 맞춰 정리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재판이 미뤄졌다"며 "총선을 앞두고 법원이 눈치를 봤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최근 법원이 증거 판단 등을 과거보다 세심하게 하고 있다지만, 언제부터 검찰이 다른 사건 관계인의 재판 결과를 보며 기소 여부를 판단해 왔나.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검찰이 자체적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면밀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건지, 의아한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수사 의지가 없다든지 안 하려는 건 전혀 아니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누구를 향한 발언일까.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을 향한 발언인가. 지금까지는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반증인지 혼란스럽니다. 이 발언은 또 누구를 위한 발언일까. 검찰 조직을 위한 발언인가. 아니면 검찰 핵심 관계자 본인 내지 현 정부 수사팀을 위한 발언인가. 지난 10일 자 언론 보도는 검찰의 속성과 속내를 가감 없이 노출한 검찰 핵심 관계자 때문에 의미 있다.
시기나 대상, 절차 면에서 이례적인 검사장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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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전격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 검찰 핵심 관계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언론에 '검찰 핵심 관계자'가 조직 보호 내지 개인 보신을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시기나 대상, 절차적 측면에서 너무나 선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검사장 인사를 두고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는 하지 말라는 신호 아니겠냐"는 말이 나온다.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들을 대부분 바꾸고,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도이치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들을 좌천성 승진시킨 인사를 뭐라고 설명하든 국민들이 납득하겠냐는 것이다.
이번 인사는 기이한 데자뷔다. "정치가 검찰을 덮쳤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이른바 추-윤 갈등 국면의 2020년 1월 검사장 인사의 재판이다.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들이 대부분 바뀌었다는 점,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장이 좌천성 승진 인사를 받았다는 점,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대통령과 친분이 보임의 요인이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이한 건 검찰총장으로서 당시 검사장 인사의 피해자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신이 겪었던 방식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4년 만에 반복되는 검사장 인사…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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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검사장 인사로 검찰 내부에는 '반윤'이라 불리는 그룹이 생겼다. 이보다 앞선 검사장 인사로 검찰은 친윤과 비윤으로 분화됐는데 반윤까지 추가된 것이다. 갈라치기 인사로 조직 내 반목은 극에 달했고, 수사력 약화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이번 검사장 인사는 반윤 그룹이 소멸된 후의 친윤과 비윤 구도를 찐윤, 친윤, 비윤으로 다시 갈라 쳤다는 점에서 2020년 1월 인사의 반복이다. 인사의 결과도 반복될까.
총선 이후인 지난달 중순, 한 검찰 고위관계자는 "후임 검찰총장 임명 때까지 검찰 인사는 없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임기가 불과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검찰총장 참모들을 바꾸는 건 사실상 검찰총장에게 나가라는 것이고, 굳이 그런 식의 인사로 대통령실이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임기를 4개월 앞두고 인사가 단행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10일 만이다. 이 총장은 "소임을 다하겠다"는 말로 사임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불씨는 남았다. 이번 달 안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검찰 중간 간부 인사다.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 여부의 키를 잡고 있는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담당 부장검사를 교체한다면 이 총장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년 만에 비슷한 형태로 재연된 검사장 인사.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반복될까. 2020년 1월, 현안 사건을 맡고 있던 부장검사들은 바뀌지 않았다.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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