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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8 (토)

軍 상관 겨냥 "성희롱 조사 받는 사람" 댓글, 공익 인정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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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군사법원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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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에 대해 부정적 댓글을 달았다가 군사법원에서 징역형까지 선고받았던 군인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공익 목적이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일반 명예훼손죄에서의 조각사유를 군형법상 명예훼손죄에도 적용한 결과다.

사건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내에서 벌어진 일이다. 감식단은 2017년 파주에서 발굴한 6·25 전쟁 전사자 유해 3구의 국적에 대해 모두 영국군이란 결론을 내렸는데, 이 중 1구는 푸에르토리코군일 수 있다는 실무진 보고가 있었으나 무시됐단 의혹이 2022년 한 언론사를 통해 기사로 터져나왔다. 회의에서 단장이 묵살하려 욕설과 함께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인용된, 내부 제보자 발(發) 기사였다.

감식단 소속 전문군무경력관인 A씨는 상관 B씨가 제보자란 걸 금세 눈치챘다. 문제의 회의엔 네 사람 뿐이었는데 한 명은 단장이고 나머지 둘은 회의에 늦게 갔거나 기사를 보고 항의전화를 한 사람이다. A씨는 댓글을 달았다.

“제보자 추정 인물은 현재 성희롱, 갑질, 인사비리, 고발사주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업무 자료를 무단 제공하고 내용을 왜곡해 감식단 명예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여러 혐의로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고 단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B씨가 악의를 품고 제보했단 것이다.

얼마 후 A씨는 군사법정에 서게 된다. B씨는 A씨의 상관이었기에 군검사는 A씨를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사실을 적시해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군형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일반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의 벌금)보다 무겁게 처벌한다. 상명하복의 질서가 생명인 군 조직의 특성상 군형법에는 상관을 향한 죄를 엄하게 규정하는 조항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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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육군 장병, 수도군단 유해발굴팀 등과 함께 유해 발굴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 일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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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댓글을 단 지 9개월만인 2022년 12월,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는 이듬해 9월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1부(부장 장석조·배광국·김복형)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조항을 가져와 이 사건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유해발굴 사업은 보훈사업으로서 국민의 공적 관심 사안”이라며 “신원조작이 없었단 걸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댓글을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1심 형도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던 군검사는 무죄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반 형법 명예훼손죄에 딸려 있는 위법성조각사유 조항을 어떻게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에 적용할 수 있냐며 상고했다. 하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A씨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과 관련해서는 형법에서처럼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단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았지만,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았던 규율의 공백이 있는 사안에 대해 유사한 법규범을 적용할 수 있다”며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사유를 군형법상 사실적시 상관명예훼손에도 유추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내용에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면 형법 조항도 군형법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군형법상 상관명예훼손죄는 행위의 상대방이 상관이란 점에서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구별되는 것일 뿐 명예훼손 행위를 형법과 다르게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다만 군 사건이란 걸 감안해 “상관명예훼손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군의 통수체계와 위계질서에 대한 침해 위험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면 되지, ‘군 사건이니 위법성 조각이란 예외는 없다’고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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