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라파 상황, '레드라인'은 아직 안 넘었다" 선 그어
가자 병원 "연료 없어 의료붕괴 직전…몇시간 밖에 못 버텨"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피어오르는 연기 |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 중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쪽과 북쪽 모두에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폐허가 된 북부지역에는 이스라엘군이 다시 밀고 들어왔고, 남부 라파에서도 이스라엘 전차와 병력이 주요도로를 차단한 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수 주일 사이 가장 격렬한 전투가 가자지구 남부와 북부 모두에서 맹렬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민 수십만명이 안전지대를 찾아 다시 피란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 지역 공격을 지속하는 한편으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전을 재개하고 중부에서도 지상전에 나섰다.
지난 11일부터 가자지구 북부 일대에서 하마스와 교전을 벌여온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북쪽에 있는 자발리아 난민촌에 재차 병력을 투입했다. 이곳은 이스라엘군이 작년 지상전을 벌여 하마스를 몰아냈다고 주장했던 곳이다.
전차 포탄이 난민촌 중심부로 떨어졌고 주민들은 이를 피해 짐가방을 들고 도망쳤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밤사이 공습으로 숨진 사람이 최소 20명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팔레스타인 여성은 "전차와 불도저가 거리로 들어왔다"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피란 간 곳에서 또 쫓겨나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공격 피해 라파 떠나 칸유니스로 온 가자 주민들 |
가자지구 중부 알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도 이스라엘군이 주택을 공습해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가자지구 민간 응급구조대가 밝혔다. 부상자와 실종자도 여럿 있다고 구조대는 덧붙였다.
라파에서는 이스라엘이 동쪽 지역을 겨냥한 공습과 지상 포격을 강화하면서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전차 등을 동원해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관문인 라파의 팔레스타인 쪽 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라파 쪽으로 더 깊숙이 진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폭격과 포격이 격화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인 살라후딘로(路)도 이스라엘 전차들에 의해 차단됐다고 말했다.
라파 인근 샤부라에서 왔다는 바삼(57)은 "전차들이 도시 동쪽 살라후딘로를 막았고, 병력은 건물들이 있는 남동쪽 지역에 모여들고 있다"며 "상황은 끔찍하다. 폭발음이 끊이지 않는다"라고 채팅 메시지를 통해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계속 라파를 떠나고 있다. 안전해 보이는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마스 무장조직도 전투원들이 라파 동부의 거리와 자발리아 동쪽에서 이스라엘군과 총격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피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탈출하는 팔레스타인 주민 |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라파 군사작전과 관련해 아직 '레드라인'(넘으면 대가를 치러야 할 금지선)을 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라파 전면침공 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은 명확한 전략이 없는 작전을 실행한다면 특정 공격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엇이 '레드라인'을 넘는 행위인지에 대해 설리번 보좌관은 "여러 요소를 합친 것에 기초해 판단하는 것으로 수학적 공식이나 기계적 결정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보는 바에 따라 판단하고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것이 일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는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 등 전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지상전 강행 방침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100만명이 넘는 피란민과 주민이 머무는 라파에서 시가전이 본격화한다면 엄청난 민간인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스라엘을 만류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북에서 군사작전을 진행 중인 가운데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병원 등 의료체계기 완전히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메드하트 아바스 가자지구 보건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병원의 발전기를 돌리고 구급차를 운행하고 직원들을 실어나르는 데 필요한 연료를 공급받지 못해 의료체계가 무너지기까지 몇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료구호단체 메드글로벌(MedGlobal) 소속 의사 테어 아흐마드도 이날 "연료가 들어오지 않아 라파에 있는 많은 병원이 전면 폐쇄될 위기에 놓여 있다. 지상 작전이 이어지면 대학살이 일어날 것"이라고 호소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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