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장 출신 김창진, ‘좌천성 승진’
임기 4개월 남긴 검찰총장 참모진도 대거 물갈이
이원석 총장 "인사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
14일 검찰 내부는 전날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 여사 관련 의혹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해야 할 사건이 산적한 가운데, 정기 인사 시기보다 4~5개월 빠르게 검사장 이상 고위급 승진·전보 인사가 전격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대검찰청 출근길에 인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아니다."는 취지로 답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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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장검사는 "곧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는 들렸지만, 느닷없이 인사가 나서 황당했다"며 "승진에 따른 후속 인사도 곧 이어질 것이어서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중앙지검 1~4차장검사는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지휘라인이 모두 물갈이됐다. 고형곤 4차장검사를 제외한 1~3차장검사는 지난해 9월 인사 때 보임해 1년을 채우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사 시기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다만 1~4차장검사 모두 검사장 승진 유력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조직 내에서 인정받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큰 불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 출신 B 변호사는 "인사 면면을 보면 될 만한 사람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며 "이에 대해서 불평을 할 검사들은 없어 보이지만, 인사 시기가 뜬금없다. 검찰총장이 신속한 수사를 지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지휘부를 다 교체하면 여러 의미가 내포된 인사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김 여사를 수사하고 있는 현 수사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불만이나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김창진 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도이치모터스 관련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고 차장검사는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각각 자리를 옮기게 됐는데, 표면적으로는 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직접적인 수사를 담당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좌천성 승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차장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청문회준비단에서 신상팀장을 맡았을 정도로 윤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던 인물이다. 청문회준비단에서 신상팀은 주로 후보자의 재산이나 개인 신상에 대한 사안을 검토하기 때문에 김 여사와 관련된 리스크를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런 배경 탓에 대통령실이 부담을 느끼고 김 차장검사를 수사라인에서 배제시켰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이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진들이 대폭 물갈이되면서 대통령실이 검찰총장 힘 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임기 말 총장 참모진 교체가 이례적인 건 사실이다. 주말 사이 이 검찰총장과 법무부 사이에 인사에 관한 협의가 진행됐지만, 이 총장의 의견이 비중 있게 반영되진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뒷말이 무성한 인사 탓에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상당한 부담을 안은 채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 지검장은 특수통은 아니지만, 검찰 내 에이스들만 근무하는 법무부 검찰과에서 일할 정도로 기획과 수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다만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대변인을 맡은 이후 친윤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윤석열 사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 내부 중론이다.
중앙지검 등 주요 지검의 수사 지휘 라인이 공석이 되면서, 공백을 메울 중간 간부 인사도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이 총장은 출근길에 '어제 검찰 인사가 있었는데 총장님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친 게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 제가 이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며 "검사와 수사팀을 믿는다.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저에게 주어진 소임과 직분을 다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제게 주어진 책무와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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