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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윤석열정부 2년 점수 매긴다면… [신율의 정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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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출범 2년, C학점 이상 주기 어려워
외교 결단력, 건전 재정 기조 유지 방향성 옳아
상징 정책 애매…여론 반응성 획기적으로 높여야


매경이코노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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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지난 2년간 윤석열정부 ‘행적’에 대해 학점을 준다면, C학점 이상 주기는 힘들 것 같다.

지난 2년간 윤석열정부가 보여준 방향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외교적 측면에서 보면, 새롭게 형성되는 신(新)냉전 구도에서 나름의 결단력을 보여주며 적응했다. 경제 측면에서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것도 평가할 만하다. 예를 들어, 선거철이면 ‘돈’을 푸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이번 정권은 선거 시즌에도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 지금의 고물가 원인 중 상당 부분이 문재인 정권의 유동성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할 때, 지금의 정책 기조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육, 노동 그리고 연금개혁에 대해 언급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려 하는 것 또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노조의 과격한 불법 행위에 대한 법치에 입각한 대응이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런 방향성은 대통령 지지율 측면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매우 필요한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방향성이 옳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한 것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방향성은 옳지만 이런 방향성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매우 부실했다.

그 사례로,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대국민 담화를 들 수 있다. 타깃 오디언스가 국민이었음에도, 국민의 불안감 해소보다는 정원 확대의 필요성과 의사들과 대화가 수차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런 식의 접근은,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이러니 설득은 고사하고 국민적 반감만 불러올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는 앞으로 국민이 당장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한 이후, 국민이 느끼는 ‘필요성’과 정부 정책을 연결시키는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은 무조건 옳다’는 정치 수사적인 언급은 필요 없다. 국민이 무엇을 느끼며,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과거 정권, 특히 이명박 정권 때도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한 적이 있다. 당시 지지율 추락 원인은 분명했다. 광우병이다. 하락 원인이 분명하면, 원인을 제거하거나 원인에 대한 국민적 생각이 바뀔 경우 지지율은 다시 회복된다. 지금은 특정한 하나의 이유 때문에 지지율이 추락한다 보기 힘들다.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지지율을 올리기 매우 힘들다. 특히 대통령이 국민이 의문을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한 근본적 교정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최소한 국민이 어떤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는지를 지금이라도 잘 인식하고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 등에 나서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외교 방향은 적절하지만 올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을 대비해 우리 정부는 얼마나 외교적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대한민국은 ‘부자 나라’라면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다시금 언급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일본은 트럼프와 바이든 양측 모두에 사절단 혹은 정치인을 각각 파견해 만약의 경우를 ‘골고루’ 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그런 노력을 하고 있을까. 또한, 북한 핵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가 어떤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현 정권을 상징하는 정책이 ‘애매하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는 ‘동반 성장론’과 ‘공정 사회론’에 기반해 서민 금융, 일감 몰아주기 등을 추진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박근혜정부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 국가’를 내세우며 기초연금을 도입해 노인 빈곤율을 낮췄다. 현 정권에서는 이런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상징적 정책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기초연금을 도입했으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잘 지켜냈는데, 이는 재정건전성만을 놓고 성과라고 주장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따뜻한 자본주의’를 보여주고, 이를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을 간단히 표현하는 ‘상징적 네이밍’이 필요하다.

교육·노동·연금 등 3대 개혁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그게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추진이 용이한 교육개혁이라도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은 상호 관련성이 깊어, 동시 추진 혹은 연계해 순차적으로 추진해야 할 문제다. 또한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은 만큼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교육 분야 성과는 보여줬어야 했다.

종합하면, 대통령에게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 산재해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여당에 대한 장악력을 무조건 높이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여당 지원을 받기 위해 여당 당직에 ‘자신의 사람’을 앉히려 하기보다는, 주요 당직에 어떤 인물이 등장하든 이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력이다.

동시에 지금과 같은 낮은 지지율에서는 당이 바라보는 목표와 대통령실이 바라보는 목표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도 필요하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권의 성공적 운용과 마무리가 목표지만, 여당 목표는 정권 재창출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 임기보다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더 많이 남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차기 총선은 새로운 정부 임기 1년 차에 치러진다. 차기 정권을 가져가는 측이 당연히 총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여당 의원들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정권이 성공하면 정권 재창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 당연히 대다수 여당 의원이 정권과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고, 그때 여당 의원들이 정권을 위한 방탄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종합적으로 보면, 남은 임기 3년 동안 대통령은 여론에 대한 반응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여론에 둔감하면서 국민을 설득하거나 계몽하려 든다면, 정권을 외면하는 국민은 더 많아질 테다. 당연히 대통령 지지율은 20%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에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치에서도 쇼 비즈니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점을 개선해나가면 혼란스러웠던 지난 2년보다는 훨씬 나은, 앞으로의 3년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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