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살아 생전 남긴 음성 메시지, 메일 등을 학습한 AI(인공지능) 챗봇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사망자가 남긴 디지털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선 아직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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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살아 생전 남긴 음성 메시지, 메일 등을 학습한 AI(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이른바 '데드봇(deadbots)'이 부상하면서 '사망자가 남긴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AI 윤리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데드봇은 고인이 남긴 문자, 음성기록, 웹상 게시물 등을 AI에 학습해 고인의 언어 사용 패턴과 성격 특성을 모사하는 AI 챗봇을 말한다. 세상을 떠난 사람의 어투나 목소리를 그대로 빼닮아 마치 상대가 살아있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레버훌룸 인텔리전스 미래센터(LCFI) 연구팀은 최근 "고인이 남긴 '디지털 유산'이 AI 학습에 활용될 경우 고인의 의사를 막론하고 홍보·마케팅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도 데드봇과 유사하게 고인의 사진, 음성,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휴먼을 생성하는 서비스가 있다. 고인의 모습을 닮은 AI휴먼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리메모리(Re;memory)'를 제공하는 딥브레인AI의 장세영 대표는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를 닮은 AI가 등장하는 순간 현장은 눈물바다가 된다"며 "남겨진 이들의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보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회사는 AI 휴먼을 생성하기 위한 기술을 제공할 뿐, 유족이 직접 영상을 제작한다"며 "고인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유족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차원에서도 고객의 데이터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배포할 수 없도록 약관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망자가 남긴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선 아직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김병필 KAIST(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법 상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만을 포함한다"며 "다만 '비밀을 유지할 권리'는 사망자에게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당사자가 밝히거나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비밀'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는 정보통신망법상 사후에도 비밀로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망자가 유족에게 정보 공개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경우 이는 정보로 제공하지 않는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데드봇에 사용되는 메신저 대화 데이터처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나눈 다자간 대화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메시지를 전송한 것이기에 개인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같은 대화 내용을 AI 학습에 활용해도 되는가를 두고 김 교수는 "다양한 법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은 명확하게 정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되는 상황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엔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중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삭제하고 싶은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이용약관이 등장했다"며 "데이터 활용 여부를 사용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절차가 도입된다면, 데이터의 AI 학습 활용과 관련한 법적 문제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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