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총회 표결서 찬성 143표, 반대 9표로 채택
안보리 정회원국 가입 호의적 재고 권고…팔에 유엔총회·회의 참여 예외적 자격 부여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자격을 인정하는 결의안에 투표하기 앞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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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유엔 총회는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다수의 지지로 채택했다.
19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총회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해당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143표, 반대 9표, 기권 25표로 채택했다.
해당 결의안은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자격을 인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를 호의적으로 재고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회 결의는 구속력이 없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7개월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투표 전 발언을 통해 "우리는 평화와 자유를 원한다"며 "(이번 결의안에 대한) 찬성투표는 팔레스타인의 존립을 위한 투표다. 그것은 평화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했다.
만수르 대사는 연설 말미에 "찬성투표는 옳은 일"이라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이끌어냈다.
팔레스타인은 전날 회원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결의안 채택은 '두 국가 해법'을 관철하기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주권을 인정, 각기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맞서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총회 연설에서 "악을 막기 위해 설립된 이 기구가 지금 테러국가를 자신들의 대열에 합류시키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며 "유엔을 오늘날의 나치에 개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형 파쇄기를 손에 들어 유엔헌장 사본을 파쇄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여러분들은 유엔 헌장을 갈기갈기 찢고 있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단 대사는 최근 유엔총회의 표결시도를 비난하면서 "만약 승인된다면 미국이 미국법에 따라 유엔과 산하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자격을 인정하는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연설을 하면서 소형 파쇄기에 유엔헌장 사본을 넣어 파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4.5.1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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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정회원국이 되려면 안보리와 총회를 모두 거쳐야 한다.
우선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최소 9개 이사국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국가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안보리를 통과한 뒤에는 유엔 총회에서 전체 회원국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18일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유엔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을 표결했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이번 결의 채택을 통해 안보리에서 재차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날 결의안 표결에서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이날 반대표결 후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는 "당사국간 직접적인 협상을 수반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달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 정회원국 가입에 찬성표를 던진 데 이어 이날 표결에서도 찬성표를 행사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표결 후 발언에서 "우리는 미래에 적절한 시기가 오면 팔레스타인이 유엔 헌장에 따라 유엔의 회원국으로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는 두 국가 해법과 항구적인 평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중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2011년에도 독립국 지위를 얻기 위해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신청했으나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팔레스타인은 이듬해인 2012년 유엔 총회에서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승격해 있는 상태다.
유엔총회는 이날 결의를 통해 팔레스타인이 오는 9월부터 유엔총회 회의와 유엔 기구가 주최하는 각종 회의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적인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및 중동 문제 의제가 아니더라도 회의장에 공식적으로 자리를 확보하고 각종 이슈에서 발언할 권리도 갖는다.
또한 유엔총회 산하 각종 위원회에 팔레스타인 유엔대표부 외교관이 선출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리도 얻게 된다.
다만, 정회원국과 같은 투표권은 여전히 주어지지 않는다. 이번 총회 결의에는 이같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우가 예외에 기반하며 선례가 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비록 정회원은 아니지만 현 옵서버 국가인 팔레스타인의 유엔 내 지위를 현 수준보다 승격해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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