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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설] 저출생 부총리, 과감하고 피부 와닿는 ‘킬러·여성’ 정책 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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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문제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생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 교육·노동·복지·주거 등을 아우르는 저출생 대응책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언론의 지적처럼,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유럽보다 더 심각하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생 대책에만 3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전년(0.78명)보다 더 낮아진 0.72명을 기록했다. 해마다, 매달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저출생 문제를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책 기획·예산 편성 권한이 없고, 각 부처와 지자체가 구색맞추기로 쏟아낸 대책들도 실효적이지 못했던 셈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사회부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되는 전담 부처를 신설키로 한 건 옳은 방향이다.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저출생 관련 정책을 유기적으로 조율·통합하고, 예산 편성권을 쥔 기획재정부와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기존 위원회 체계로는 한계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도 ‘인구위기 대응부’ 신설을 공약한 만큼, 정부조직법 개정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컨트롤타워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저출생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급감하는 출생률을 반전시키려면, 지금껏 나온 정책 강화 수준을 넘어 ‘국가가 아이를 키운다’는 각성과 각오가 필요하다. 아이를 낳고 싶은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사회가 통째로 바뀌어야 하는 일이 됐다.

지금도 아이를 낳는 여성은 경력단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장시간 노동 관행이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는 와중에 집안일과 육아 부담의 무게추는 여전히 여성에게 기울어 있다. 그러나 외벌이로는 아이 학원비와 치솟는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아예 아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주 52시간제 형해화,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시도하며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펼쳐왔다. 진정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윤 대통령은 노동·주거·성평등·복지·교육 등 사회 전 분야의 정책 기조를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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