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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케이블 끊어 발생한 통신장애만 한해 수백건…해결책 담은 법은 4년째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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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굴착 상세정보 제공받을 법 필요" 주장

도로법 개정안 발의됐으나 국회 통과 사실상 불가

뉴시스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 간담회에서 KT 관계자가 최근 있던 서울 광진구 통신장애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2024.05.10. alpaca@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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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지난 2월20일 오전 서울 광진구 일부 지역에서 KT 2만1000여회선의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 앞 도로에서 동북선 도시철도 공사 진행 중 통신케이블이 절단됐기 때문이다. 케이블이 끊어지면 복구하는 데 수 시간이 걸리는 만큼 KT와 시공사 측은 사전 협의로 케이블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 당일 작업 과정에서 굴착기사가 합의되지 않은 지역을 파다가 그곳에 있던 케이블을 끊어 사고가 발생했다.

굴착공사로 인한 전기·통신 선로 절단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KT가 밝힌 최근 2년간 공사현장 통신케이블 단선 사고 수는 평균 271건으로 이 중 67%가 상·하수도, 도로, 건물 신축 등을 위한 굴착 과정에서 발생했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다른 이동통신사 사례까지 더하면 한 해에만 굴착 공사에 따른 통신케이블 단선 사고가 수백 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 서비스 중단은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통신4사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굴착공사 정보를 확보하고 시공사 측과 케이블 위치 정보 등을 공유하며 사고 예방에 노력해 왔다. 하지만 크고 작은 공사가 하루에 수백 건이 진행되고 정보 공유가 미흡한 경우가 있어 통신케이블 단선 사고를 완전히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통신업계에서는 지자체와 시공사가 통신사 등 주요 지하매설물 관리자와 굴착공사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통신업계·국회 "굴착공사 피해 막을 시스템 필요" vs 국토부 "국가 안보와 밀접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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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KT는 지난 9일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함께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진=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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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9월에 발의된 도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4년 가까이 계류되고 있다. 21대 국회가 이달 임기를 종료하는 만큼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이 법안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로점용 인·허가, 굴착공사 착·준공 현황 정보를 공공데이터로 공개할 수 있는 통합 온라인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통신·전기·가스 등 국가기반시설에 관한 정보는 국가 안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며 공공데이터로 개방하는 데 반대 의견을 냈다. 아울러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도로점용 굴착·인허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보완·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 개정으로 추가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로점용 굴착·인허가 시스템은 지자체 이용 의무가 없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고시 주기와 정보 범위가 제각각이라 통합 정보가 필요하다. 결국 통신4사는 자사 인력을 운용하며 지자체별로 올라오는 굴착공사 정보를 일일이 파악·공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굴착공사 관련 기업과 협업해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KT는 지난 9일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함께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을 도입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굴착기 텔레매틱스 기능이 GPS 정보를 KT 선로 관리 플랫폼 '아타카마'로 전달하고 아타카마가 광케이블 위치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도 케이블 단선 사고를 완전히 예방하진 못한다. KT 관계자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지능형 통신 케이블 보호 시스템' 간담회에서 "현대HD사이트솔루션이 점유하는 국내 중장비 비중이 70%로 알고 있다"며 제휴한 장비에 사용자가 해당 시스템을 쓴다고 가정하면 사고 발생률이 기존보다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 단선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통합 시스템 등 입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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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9일 오전 8시 30분께 해운대구의 한 복합문화공간 건물(지하 2층, 지상 8층) 신축현장 앞 인도에서 굴착기를 동원해 땅을 파던 중 70㎝ 아래에 매설된 광케이블을 절단, 해운대구 송정동과 기장군 일부 지역의 1만여 가구에 대한 케이블 방송 및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 2019.05.09. (사진=부산경찰청 제공)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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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사용에 따른 개인정보 동의가 필요한 점, 공사 위치 등 제한된 정보만 제공된다는 점, 미제휴사 장비는 해당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이에 이 관계자는 통신사가 굴착공사 상세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통신업계가 국회, 주무부처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KT가 이날 제시한 법안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른 굴착공사정보지원센터에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공 정보는 ▲굴착공사 발주자의 회사명과 전화번호 ▲굴착공사자의 회사명, 성명, 전화번호 그 밖의 연락처 ▲굴착공사의 종류·위치 및 공사 예정일자 등이다.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가스 배관 파손 사고 예방을 위해 굴착기를 이용하는 공사 전 계획을 가스안전공사에 신고하고 가스배관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만큼 공사에 확인한 정보를 통신사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굴착공사에 따른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기업이 통신사다. 케이블을 복구하는 데 따른 통신사 물적 피해뿐만 아니라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도 덩달아 피해를 본다"며 "통합 시스템을 만들거나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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