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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우리은행 '알뜰폰' 사업자 선정 절차中···업계는 골목상권 침입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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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사업다각화를 추진중인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은행을 통해 837만 가입자를 보유한 알뜰폰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수익 보다는 비금융데이터 확보를 통한 신사업 개발과 신규 고객 모집 및 기존 고객 이탈 방지 등의 부수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자본 참여로 고객 선택권도 확대될 전망이지만 알뜰폰 업계에서 골목상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어 갈등 확산도 우려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알뜰폰 시장 진출을 위해 신사업제휴추진부 산하에 10여명 규모의 팀을 구성하고 세부 절차를 진행중이다. 현재 알뜰폰(MVNO) 시스템 개발 및 운영, 이용자보호, 마케팅, 기획 등 주요 분야 인력 채용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 공고를 낸 우리은행은 연내 시장 진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상반기 중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고 이후 알뜰폰 관련 조직 신설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통신 사업자 선정 절차는 현재 진행중"이라며 "알뜰폰 시장 공략을 위한 상세 마케팅 계획은 하반기 수립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시장은 2019년 금융위원회가 KB국민은행의 'KB Liiv M(리브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이후 최근 이를 정식 부수업무로 승인하면서 다른 금융사들의 별도 승인 없는 진출이 가능해졌다.

우리은행 역시 이처럼 낮아진 문턱을 활용해 적극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알뜰폰의 경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존 통신사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만 완료되면 연내 시장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은 속칭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브엠은 2020년 139억원, 2021년 184억원 등 사업 진출 2년간 3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건 그룹 차원의 수익다각화와 통신고객 '빅데이터' 수집, 그리고 신규 고객 모객 및 기존 고객 이탈 방지 등의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자수익만 수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신사업 수익은 중요한 성과는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알뜰폰을 주로 사용하는 20~30대 고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2030이 선호하는 e스포츠인 'LCK'와 공식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젊은세대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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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임종룡 회장 취임 후 그룹 차원에서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진출할 수 있는 영역 자체가 극히 제한됐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알뜰폰으로 관심을 돌린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통신비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은행자본 유입이 기존 사업자를 고사시키고 시장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 진출로 인해 중소 사업자를 위한 알뜰폰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성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지난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 폐지 논의, 제4이통사 출연, 금융기관 자회사 시장 진입 등으로 (알뜰폰) 정책이 왜곡되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미 알뜰폰 시장이 3대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중소 사업자의 어려움을 은행권의 시장 진출 탓으로 돌리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알뜰폰 시장에는 80여개의 사업자가 있지만 점유율은 KT(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21%,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19.4%, SK텔레콤(SK텔링크) 7.3% 등 통신 3사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행(리브엠) 점유율은 5%에 불가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뜰폰은 수익이 아니라 고객을 잡아둘 수 있는 이른바 '록인' 효과와 비금융 데이터 확보 등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은행권 진출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는 더 싸고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안 그래도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은행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오히려 불이익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망설이는 부분이 있다. 국민에 이어 우리은행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다른 금융사들의 진출도 나올 수 있고 본다"고 덧붙였다.

peterbreak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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