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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세상 풍자 그림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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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여점 ‘리얼 뱅크시’ 내일 개막

기획한 큐레이터 “나도 얼굴 못봐

종교-정치 성역 넘나들며 풍자

시대의 문제, 각자 시각으로 보길”

동아일보

‘리얼 뱅크시’전 큐레이터 피에르니콜라 디로리오가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 서울에 전시된 뱅크시의 작품 ‘나는 법에 맞섰다(I fought the law·왼쪽)’와 ‘지독한 메리(Toxic Mary)’ 옆에 섰다. 두 작품은 모두 뱅크시 작품의 진위를 따지는 기관 ‘페스트 컨트롤’의 인증을 거쳤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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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 130여 점이 한국을 찾는다. 영국 출신 화가 뱅크시는 정체를 숨기며 활동하기 때문에 작가가 직접 참여한 전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뱅크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다.

10일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에서 개막하는 ‘리얼 뱅크시’전의 큐레이터 피에르니콜라 디로리오를 8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디로리오는 “뱅크시의 대다수 작품은 스프레이 벽화인데, 이 중 일부를 뱅크시가 승인한 기관을 통해 석판화 작품으로 만든다”며 “페스트 컨트롤은 이러한 판화의 진위를 판명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인증받은 작품에는 ‘풍선을 든 소녀’(2004∼2005년), ‘꽃 던지는 소년’(Love is in the air·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몽키 퀸’(2003년) 등 대중적인 작품도 있다. ‘풍선을 든 소녀’는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직후 저절로 파쇄된 버전의 작품이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는 찢어지지 않은 다른 에디션 작품이 전시된다. ‘파쇄기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해 봤느냐’란 질문에 디로리오는 “아직까지 그런 정황은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디로리오는 “뱅크시가 활동한 지 30년 정도 됐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작품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시리즈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며 “정치부터 사회문제까지 많은 사람이 처한 상황을 표현하며 소통하는 작가로서 뱅크시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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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의 ‘네이팜’(Napalm-Can’t beat that feeling·2004년). 아튠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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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로리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으로 ‘네이팜’(2003년)을 꼽았다. 그는 ‘네이팜’에 대해 “베트남전쟁 피해자인 9세 소녀 판티킴푹의 팔을 맥도널드의 대표 마스코트인 로널드와 미키마우스가 붙잡고 있는 장면”이라며 “내가 아홉 살 소년일 때 디즈니 영화를 보고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와 미국 문화를 즐겼는데 그 돈이 다른 한쪽에서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라고 했다. 또 “뱅크시가 동시대 작가로서 우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모든 관객이 저마다의 해석을 갖고 바라보면 더욱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고국에서도 여러 차례 뱅크시 전시를 기획하고 관련 저서도 출간했다. 그런 그는 뱅크시의 정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디로리오는 “안경을 끼고 후드티를 걸쳤으며 평범하게 생긴, 거리에서 흔히 보는 50대 남자가 아닐까 추측해본 적은 있다”라면서도 “뱅크시를 만난 적은 없고, 또 그가 종교나 정치 등 성역을 넘나들며 풍자하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파이더맨의 얼굴이 알려지면 재미가 없는 것처럼, 뱅크시의 정체는 지금처럼 신비로운 곳에 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번 전시가 열리는 그라운드서울은 6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감독, 2016년 부산 비엔날레 전시 감독을 맡았던 윤재갑 큐레이터가 관장을 맡았다. 윤 관장은 “뱅크시는 1980년대 말 이후 상업화된 문화 예술에 가장 큰 반작용을 보여준 작가 중 한 명이므로 개관전에 소개하고 싶었다”라면서 “작가와 큐레이터부터 컬렉터와 대중이 모두 모이는 마당(그라운드)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10월 20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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