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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4년 후] ③ 안방 점령한 中 게임… K-게임 역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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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중국산 게임들의 국내 시장 장악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국산 게임의 경우 중국 당국의 각종 규제로 인해 최대 수출 시장에서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판호(허가증) 발급 협상에 나서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계획인데, 국내 게임업계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재도약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중국산 모바일 게임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1, 3, 5위는 중국 게임이었다.

중국 퍼스트펀이 개발한 ‘라스트워: 서바이벌(이하 라스트워)’가 1위를 차지했고 센추리게임즈의 ‘화이트아웃서바이벌’이 3위, 조이나이스게임즈의 ‘버섯커키우기’가 5위에 올랐다.

이들은 7일 현재도 구글 플레이 2위(라스트워)와 4위(버섯커키우기), 8위(화이트아웃서바이벌)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각각 1, 2, 7위를 기록 중이다.

이중 라스트워는 지난해 11월부터 2월까지 거둔 매출의 30%가 한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12월 출시된 버섯커키우기는 한국에서만 약 870억원 매출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게임은 해를 거듭하며 국내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구글 플레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를 합산한 상위 20개 게임 매출에서 중국 게임 거래액 비중은 지난 2월 34%, 3월 32%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 1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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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 시장에서의 국산 게임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한국 게임 전체 수출액의 30%는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년 대비로는 4% 감소하면서 하락세가 완연하다.

중국 현지에서 국산 게임 영향력이 약화된 배경으로는 판호(허가증) 발급 제한 등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가 꼽힌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한한령으로 인해 2022년 11월까지 판호를 발급 받은 한국 게임은 2개에 불과했다. 같은 해 12월에야 발급이 재개돼 지난 2월까지 총 16개의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 진출 기회를 얻었다.

중국산 게임의 경쟁력 강화도 한국 게임 위축에 한몫했다. 판호 발급이 중단된 동안 중국 게임사가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이용해 성장에 고삐를 당겼고, 결국엔 한국 게임을 넘어서는 경쟁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 진출한 중국 게임은 허위 광고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로부터 게임 품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라스트워는 구글플레이에서 평점 4.5점을 기록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3.8점)’ 등을 제쳤다. 앱을 설치한 기기 중 사용 비율을 나타내는 ‘앱사용률’에서도 82%를 기록했다. 30일 후 평균 삭제율(1~3월 신규 설치 기준)은 53%로, 리니지M(70%)에 비해 낮았다.

국내 게임사는 최근 대만과 중동, 인도 등 신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선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시장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2023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매출액은 3029억6400만위안(한화 약 57조57억원)으로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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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올해 중국 정부를 상대로 본격 협상에 나서 판호 발급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판호 발급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 특성상 재중단 가능성이 있어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판호 발급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국·문화여유국과 한·중 국장급 회담을 추진하고, 현재 국장급으로 개최되는 ‘한·중·일’ 문화콘텐츠산업포럼‘은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공정경쟁환경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주중 한국문화원과 해외 콘텐츠 비즈니스센터를 연계해 중국 시장 정보 공유 등 상시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도 구축한다.

윤양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산업정책국장은 지난 1일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 문체부가 소극적으로 임했는데, 이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중국 당국과 협상과 대화를 통해 판호 문제를 풀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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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내 게임사와 중국 게임사간 역차별 문제 해소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현재 국내 게임사는 판호 외에도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 해야 하는 등 중국 진출에 여러 제약이 있는 반면, 중국 게임사는 별 규제 없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

특히 영업소 등 뚜렷한 국내 대리인이 없다 보니, 중국 게임사에겐 국내 법으로 지정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강제할 방도도 없어 최근 역차별 논란이 심화돼 왔다.

정부는 게임산업법과 전자상거래법상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를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법안소위가 열리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을 1순위로 통과시키겠단 방침이다.

정부는 해외 사업자에 유효한 연락 수단과 영업소를 둔 국내 대리인이 생기면 이용자 보호와 더불어 국내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최근 유인촌 장관이 버섯커키우기를 플레이하며 확률 정보 공개 문제 등을 직접 들여다 볼만큼, 해당 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는 정부 행보에 반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부진은 판호 발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트렌디한 게임을 발빠르게 선보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판호 문제가 해결되면 국산 게임 설 자리도 늘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모종의 이유로 양국 분위기가 경직되면 정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게임사가 편중된 장르 개발에서 벗어나 중국 현지 분위기를 재차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더 이상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선호도가 높지 않다. 서브컬처 등 캐주얼한 장르로 이용자 분포가 바뀌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국내 게임사도 장르 편중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로 이용자 니즈를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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