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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플로리스트가 건넨 위로 "꽃은 청춘…지지만 또 오늘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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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들]가꾸다(주) 김용관 대표

핵심요약
한번 산에 오르고 플로리스트가 된 남자
"자연에서 받은 영감…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어요 "
"사람들이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것은 DNA적 그리움 "
한강난지공원에 세븐틴숲, 문빈숲, 도영숲 등 10여개 스타숲 조성


나이가 들어갈수록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으며,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꽃과 나무 등 식물이 좋아지나 보다. 늙은 아버지는 지난달 작은 화단에 핀 노란 수선화 몇송이를 자신이 심은 거라며 자랑하셨다. 대문 언저리에 있는 장미가 필 때면 덩굴이 보기 좋게 뻗도록 애쓰고 꽃이 안 핀 국화를 혹여 잡초로 알고 베어버릴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꽃과 나무 등 식물을 좋아할까? 또 그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돈도 잘 버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서 얼마 전 한강난지공원에서 세븐틴2호숲을 만들던 (주)가꾸다의 김용관 대표를 만났다. 플로리스트로서 사업을 늘려가고 있는 그가 세븐틴2호숲에 왕벚나무 3주와 꽃댕강나무 300주, 쥐똥나무 220주를 심은 뒤였다.

꽃댕강나무라는 이름이 특이하다고 하자 그는 꽃을 꺾으면 '댕강'소리가 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며 웃었다.

"사람들이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이유요? 우리 DNA에 박혀 있는 어떤 본능적인 그리움 같은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이맘때 요 별거 아닌 꽃 핀 거를 보려고 사실 엄청난 인파가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냥 보는 것 자체로도 사실 그 어떤 그리움이 채워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지금 사는 공간이 너무 콘크리트로 채워진 공간이 많다 보니까 사실 우리가 산이나 공원을 찾아가지 않으면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곳곳에다가 작은 스몰 파크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더라고요"

환경을 사랑하는 팬덤 문화로 자리잡은 스타숲

노컷뉴스

지난 4월 벚꽃이 만개한 한강난지공원.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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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난지공원에는 이날 만들어진 세븐틴2호숲 말고도 작년에 세상을 떠난 문빈숲을 비롯해 방탄소년단숲, 도영숲, 임영웅숲, 서함숲 등이 조성돼 있다. 북한산 생태공원에는 슈가숲도 있다.

스타숲은 팬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꽃과 나무를 기부하면 서울시가 제공한 공원 부지에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만든 것이다.

이른바 팬덤 문화도 많이 바뀌어서 1회성 소비적 선물보다는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스타의 이름으로 숲을 만들어 가꾸는 일이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추세다.

"사실 요즘에 사회 문제로 굉장히 이제 심각하게 떠오른 게 이제 환경 문제잖아요. 예를 들면 BTS 같은 경우에는 유엔총회에 나가서 연설도 하고 했었고요.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니까 팬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팬덤 문화와 결합이 되고 더 발전하고 있는 거 같아요"

문빈1호숲을 알리는 팻말에는 ' 언제나 따스하게 빛나는 우리의 달 빈이와, 빈이를 사랑하는 우주들의 반짝임으로 가득한 빈이 숲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문빈은 작년에 세상을 떠난 가수로 아이돌그룹 아스트로의 멤버였다.

김 대표는 "팬들이 꼭 추모의 의미보다는 문빈이라는 어떤 스타가 있었고 그 스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숲을 만들어 가고 있다라는 정도로만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사로서 8년여 일하다 어느날 문득 일이 지겹고 힘들어 그만뒀다고 했다. 그리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가 영주 부석사 산길을 오르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에 매료돼 자연과 관련된 일을 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누구나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슬럼프 또는 힘든 순간이 오잖아요. 산에 올라가서 내려보는 풍경이 뭐랄까 갈증이나 이런 답답했던 거를 이렇게 뻥 뚫어주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직접 식물, 자연과 관련된 일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걸 느끼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식물의 잎과 줄기, 뿌리로 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플로리스트 일을 배우게 됐어요"

"입금되는 날과 별개로 작업 과정과 결과를 보는 것 즐거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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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난지공원에 스타숲을 조성하면서 물을 주기 위해 수도관을 연결 중인 (주)가꾸다의 김용관 대표.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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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사실 되게 힘들 때도 있거든요.어떤 때는 막 진짜 밤을 일주일씩 새기도 하고 그래요. 한 서너 시간밖에 못 자고 이럴 때도 많은데 끝나고 나면 그 만족감이 굉장히 커요. 제가 직장생활을 했을 때는 사실 어떤 만족이 오는 주기가 월급이 돌아오는 그때 순간이었거든요. 근데 이거는 그 입금이 되는 날과 별개로 작업을 하는 과정도 즐겁고 작업을 마치고 나서 이제 이걸 보는 과정도 즐겁고요"

스타숲을 만드는 것 외에도 매장이나 사무실을 식물로 꾸미는 이른바 '플랜테리어' 작업 등을 주로 한다.

"요즘엔 오피스 파티션 같은 것들도 이제 식물을 심을 수 있는 것들이 나와요.그래서 그런 것도 하고 카페테리아 같은 데를 장식하기도 하고요. 큰 회사들은 또 본인들 직원이 쉴 수 있는 휴게실을 이쁘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식물을 식재하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게임회사나 연예 기획사나 여러 군데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도 하고요"

"그건 엄마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으냐고 묻는 것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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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인터뷰 중인 김용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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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에게 당신은 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은 진짜 아닌 것 같았지만 혹 감성 가득한 답이 나올까 궁금해 묻고 말았다.

"저도 사실 그거를 되게 찾고 싶었는데 사실 하나하나 볼 때마다 얘가 이쁘고 튤립 나올 때 되면 그 계절에 탁 나오는 게 너무 이쁘고요. 저 꽃댕강나무도 사실 그 꽃다발 만들 때 쓰거든요. 그런 것들도 너무 예뻐요. 사실 하나를 고를 수가 없는 게 매력이 다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사실 다 좋아합니다. 하나를 뽑는 건 약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중에 한 명을 뽑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이에요. 많이 물어보거든요. 하지만 지금도 답을 하지 못해요. 매력적인 꽃이 너무 많거든요"

집에서 식물을 잘 기를 수 있는 팁에 대해 그는 사랑과 관심이라고 말했다.

"얘네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자주 봐줘야 된다는 얘기거든요. 예를 들어서 우리 집 공간이 조금 햇빛이 안 들고 창을 자주 환기를 안 시켜서 조금 공기 순환이 잘 안 되는 곳이라면 물도 사실 뿌리도 그 작용이 활발하게 되지 않아요. 흙 안에 지금 수분이 얼마나 있냐던지 이파리나 이런 걸 보고서 누렇게 뜬다면 그 이유가 뭔지 찾아보는 어떤 그 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녹지공간 확대는 플로리스트의 사업성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그도 폐교를 활용한 녹지공간 조성 등에 관심이 많았다.

"전 세계적인 추세로 봤을 때 사실 WHO에서 권장하는 도시 숲의 권장 사이즈가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절반 정도 수준밖에 못 미치거든요. 그래서 지금 많이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으로 알고 있고요. 여러 가지 좋은 프로젝트들이 많이 시도되고 있어요. 저도 사실 그런 쪽으로 관심이 많아서 요즘에 폐교된 곳이라든지 이미 안 쓰는 공장이나 뭐 그런 곳들을 활용하는 방안들을 많이 연구하고 있어요. 해외에서는 좋은 사례가 이미 많이 있고요"

꽃과 나무 등 식물을 좋아하고 가꾸는 플로리스트는 웬지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일 것 같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겠냐고 물었다.

"와이프가 며칠 전에 갑자기 꽃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근데 저는 꽃이 청춘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청춘이요. 얘네도 이제 어느 순간에 확 피어서 자기의 모든 걸 뽐내고 다 지잖아요. 그리고 나서 얘네는 그냥 다시 자기 삶을 살아요. 자연이 주는 메시지가 저는 흘러넘치는 것은 그냥 흘러넘치도록 그냥 두고 또 오늘을 사는 것이라고 봐요. 꽃이 피었다가 지고 또 오늘을 사는 것처럼 사람도 좋은 일이나 역경이나 다 흘러가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오늘 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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