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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할아버지 앞마당서 골프배워 일본 정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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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효송(왼쪽 둘째)이 지난 5일 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우승컵을 들고 고모, 할아버지, 캐디(왼쪽부터)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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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5세176일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이효송(하나금융그룹)을 보면 2008년생 쥐띠가 아닌 1984년생 쥐띠로 느껴진다. 골프장에서는 베테랑처럼 노련하게 경기하고 웬만해서는 들뜨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서 이효송은 '대형 사고'를 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JLPGA 투어를 대표하는 이예원과 야마시타 미유(일본)를 모두 제압한 것이다.

시상식이 끝난 뒤 우승컵을 안고 호텔로 가는 길에 매일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한 이효송은 "J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게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 가장 먼저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만들어주신 할아버지께 감사하다"며 "코리아와 태극기가 새겨진 의류를 착용하고 우승을 차지해 더욱 의미가 있다.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이효송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효송의 우승을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JL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서다. 첫날 3타를 잃었을 때만 해도 이효송은 컷 탈락을 걱정했다. 그러나 둘째날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둘째날과 셋째날 모두 3타씩을 줄인 이효송은 공동 10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최종일에는 7타 차를 뒤집는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18번홀 이글을 포함해 5언더파를 몰아친 이효송은 우승을 확정했다. 프로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은 이효송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한국인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우고 그랜드슬램, 세계랭킹 1위까지 하고 싶다"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애국가가 골프장 전체에 울려 퍼지게 하는 꿈도 꾸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효송은 키 162㎝로 체격이 작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평균 거리 270야드에 달하는 드라이버 스윙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단점이 없는 선수로 유명한 이효송이 꼽은 이번 대회 우승 비결은 노력이다. '노력 없이 이룰 수 있는 건 없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이효송은 지금도 하루 12시간씩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효송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매년 더 재미있어진다. 연습을 지겨워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나는 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며 "6일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7일부터는 우승했다는 사실을 잊고 이번 대회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생업으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생후 3개월 때부터 이효송을 키운 할아버지 이승배 씨는 현장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프로 골퍼를 꿈꾸는 손녀를 위해 밭으로 쓰던 집 앞마당을 숏게임 연습장으로 만드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씨는 "그동안 효송이에게 엄격한 할아버지였는데 이번에 처음 대견하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가 챙겨야 하는 어린이날에 효송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며 "효송이가 우승컵을 드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우승한 손녀가 자랑스럽다"고 감격해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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