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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한인 의사들 "韓의료, 세계서 손꼽히게 훌륭…의정 갈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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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전 세계가 알다시피 매우 훌륭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의정 갈등이) 더욱 안타깝기도 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2020년 최초의 한인 치과 의사가 된 재외동포 송채은(28) 씨는 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석 달째 지속되고 있는 의정 갈등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중앙일보는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4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한인 동포 의사 3인을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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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첫 번째 한인 치과 의사가 된 재외동포 송채은(28) 씨가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4 세계한인차세대대회' 참석차 방한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재외동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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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매일 의료 대란 소식 접해"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남아공으로 건너간 송 씨는 한국인으로서 수도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웨스턴케이프대학교 치대를 졸업한 첫 번째 한국인이다. 송 씨는 "주말마다 토요일 오후를 따로 빼서 한인 위주로 진료를 봐주고 있다"며 "동포들이 '속 시원하게 한국어로 아픈 곳을 말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걱정을 덜어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의정 갈등과 관련해 그는 "응급실 대란이나 교수 사직 등 뉴스를 해외에서도 매일 같이 보고 있다"며 "안타까운 현실이 하루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공에선 의대를 졸업하고도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 취득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게 한국 의료 시스템과는 가장 다른 점"이라고도 설명했다.

한편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남아공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저조했다"며 "가장 예민한 성장기에 나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며 살아갈 때 힘들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호감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는 걸 보면서 한국인이 해외에서 살아가기 훨씬 수월해졌다고 체감한다"고 말했다.



"서로 입장 듣는 게 중요"



역시 부모를 따라 초등학교 4학년 때 영국으로 건너가 마취과 전공의가 된 박세정(31) 씨는 국내 의정 갈등과 관련해 "서로 이야기가 안 된다는 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에서도 정부의 의사 월급 동결 방침에 맞서 파업을 하지만 적어도 양측 간 대화는 이뤄지고 있다"며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어느 부분에서 맞춰갈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게 중요한데 한국에선 안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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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마취과 전공의로 재영한인의사협회(KUMA)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재외동포 박세정(31) 씨가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4 세계한인차세대대회' 참석차 방한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재외동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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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영국에선 공부를 잘한다고 꼭 의대에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6년의 의대 생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과연 좋은 의사가 될 자질이 있는가 등 인성 측면을 자세히 따진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의료는 모두 세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에 와서 납부할 비용이 전혀 없다"며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전역에 갖춰져 있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에서 진료를 받든 런던에서 진료를 받든 다 같은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라면서다. 의사가 사실상 공무원과 같은 영국에선 NHS에 기반을 둬 본인 부담 없는 무상 의료가 제공된다.

박 씨는 자신이 부회장을 맡은 재영한인의사협회(KUMA)에 대해 "영국 내 후배 한인 의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영국의 복잡한 NHS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한인 동포들을 위해 병원에 제출할 편지를 써주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 또한 "최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병원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환대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 손꼽히게 훌륭"



카자흐스탄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는 재외동포 4세대 라브렌유크 올레그(40) 씨는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고려인 협회 아스타나(카자흐스탄의 수도) 지부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고려인은 구소련 붕괴 후 독립 국가 연합의 국가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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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며 고려인 협회 아스타나 지부에 기여하고 있는 라브렌유크 올레그(40) 씨가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4 세계한인차세대대회' 참석차 방한해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재외동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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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공부를 거쳐 의사가 됐다는 올레그 씨 또한 "한국 의료제도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또한 한국처럼 빨리 발전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의료 시스템에 있어선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장학 제도 덕분에 해외에서 전문성을 쌓은 의료인들이 많이 유입된다"고 말했다.

이번 차세대대회를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올레그 씨는 "다른 동포들과 교류하면서 뭉클했고 민족성에 자부심을 느꼈다"며 "한 민족이라는 이유로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동포들을 고국으로 불러모은 건 흔치 않은 일이며 한국의 위상을 견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차세대대회에는 전 세계 19개국에서 정치·경제·법률·의료 분야에서 활약하는 70명의 한인 차세대 동포들이 참석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다른 문화와 환경을 극복하면서 각국의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자랑스러운 한인을 조국에 모실 수 있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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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차세대 리더의 정체성을 함양하고 모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이 주최하는 '2024 세계한인차세대대회'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했다. 이 청장이 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재외동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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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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