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주도 범용AI 대신 특화AI 개발 필요"
"AI와 로봇 활성화하려면 결국 법이 있어야"
"AI 창업 결심하는 대학생들 지원 늘었으면"
전창배(왼쪽부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과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가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K-AI 시대를 열다'를 주제로 열린 '2024 한국포럼'에 참석해 'AI 시대 ESG경영 다시 보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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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서구권의 빅테크(주요 기술기업)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범용 AI 대신 특화한 AI로 새로운 운동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
"도메인(전문 분야) 인공지능(AI)이 경쟁력 있고 부가가치 창출이 클 것이다. 의사나 변호사로 일하다가 AI 대학원도 가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우리나라 인터넷 보급률은 95%다. 인터넷 인프라를 보급한 것처럼 많은 국민들이 쓸 수 있는 공공 AI를 개발하면 어떨까."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K-AI 시대를 열다'를 주제로 열린 '2024 한국포럼'에서는 국내 AI 시장을 확대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특히 포럼 마지막 프로그램인 'AI 시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다시 보기' 토론에선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 엄열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가 각각 민·관·학계를 대표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눴다. 토론은 △국내 AI 기술력의 혁신 △AI 관련 법과 제도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달과 윤리적·법적 이슈 △일반인공지능(AGI) 시대의 긍정적·부정적 영향 △AI 기술·윤리 인재 양성 방안의 5가지 주제를 토대로 진행됐다.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한국포럼'의 'AI 시대, ESG 다시 보기'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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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생성형 AI 산업 생태계 보유국"
전 이사장은 '국내 AI 기술력의 혁신'을 다룬 토론 서두에서 최근 일어난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논란을 언급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AI 연구소는 지난달 '글로벌 AI 인덱스'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에는 파운데이션 모델(광범위한 데이터를 학습한 기계학습 모델)을 개발한 기업이 없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엄 정책관은 "스탠퍼드대의 보고서에 오류가 있어서 직접 내용 수정을 요청했고, 새로운 통계가 나올 것"이라며 "네이버와 카카오,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5개 기업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나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엄 정책관은 국내 AI 시장이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거대언어모델(LLM)은 막대한 자본과 주기적인 업데이트, 그래픽처리장치(GPU), 막대한 에너지 소모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공공과 민간의 AI 수요,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에 해당하는 AI 반도체 등 AI와 관련된 생태계를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가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한국포럼'의 'AI 시대, ESG 다시 보기'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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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악용에 정부·기업 적극 대처해야"
유럽연합(EU) AI법 제정, 미국 바이든 정부의 AI 관련 행정명령 발표 등 세계적으로 AI 관련 규범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동향도 공유됐다. 전 이사장은 "AI와 로봇이 우리 삶에서 활성화하려면 결국 법이 있어야 한다"면서 "배달 로봇들도 지난해 11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을 통해 보행자 지위가 부여돼 도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엄 정책관은 "다른 나라 정부들이 자국 기업에 이익이 되는 규범을 마련해 외국 기업이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우리도 이 같은 '규범 경쟁'에 뛰어들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회에 계류돼 있는 AI 기본법이 속히 제정돼야 시장과 기업 측면에선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고, 투자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교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딥페이크(이미지, 목소리, 영상 등을 진짜처럼 합성하는 기술) 등 AI 기술 발전이 악용되는 사례에 정부와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AI가 윤리적 이슈를 발생시키는 사례는 AI 설계자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AI가 비윤리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 사용자가 AI를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처음부터 AI를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설계한 경우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번째 경우는 데이터나 알고리즘 검증 능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것으로, 정부 주도의 검증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AI를 악의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법으로 엄정하게 대처하고, 아동·청소년에 대한 대중 교육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한국포럼'의 'AI 시대, ESG 다시 보기'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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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대우하면 AI 강국은 시간문제"
AI 산업 발전의 필수 요소인 인재 양성과 관련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 이 교수는 "AI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 해외 기업들이 참가하는 박람회에 많이 다녀올 수 있도록 지원이 늘었으면 좋겠다"면서 "창업 고민하는 학생들이 실제로 많은데, 이런 경험을 통해 창업 의지가 커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전 이사장은 "미국 빅테크 메타, 구글의 경우 AI 전문가 초봉이 2억 원부터 시작해 10억 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면서 "AI 인재에 대한 대우가 올라간다면 유능한 인재들이 AI 업계에 많이 진출하게 되고 AI 강국이 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전하연 인턴 기자 psstell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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