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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공무원 '전화 종결권'에 자동녹음까지…악성민원 뿌리 뽑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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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욕설 또는 협박하면 공무원이 통화종료

통화 1회당 권장시간 넘으면 전화 끊을 수 있어

공무원 노조 "요구사항, 상당수 대책 반영" 환영

"공무원 인력난부터 해결 없이는 미봉책" 평가도

뉴시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강화 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5.01.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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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 3월 사망한 김포시 소속 9급공무원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민원공무원 보호대책을 마련했다.

공무원 노조 단체들은 현장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만성적인 공무원 인력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일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 등 17개 부처는 민원공무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3월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A씨가 도로 보수 공사 이후 반복되는 민원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민원실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폐쇄회로티비(CCTV)를 설치하는 등 민원 공무원 보호조치를 시행해오고 있지만, 현장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어 전화로 걸려오는 민원에 대한 대응책은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실제로 민원인의 폭언, 협박, 성희롱,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의 절반 가까이는 전화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원인의 위법행위가 4만~5만건에 이르는데, 그 중 2만건 정도가 전화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공무원이 전화상으로 받는 민원을 조기에 차단하도록 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지난 조치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공무원들은 민원 통화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내용 전체를 자동 녹음하도록 조치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간기업의 고객센터나 콜센터 상당수가 통화 내용을 자동 녹음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간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인의 '폭언'이나 '욕설' 등이 있을 경우에만 전화를 녹음할 수 있었다.

공무원이 민원인과 대화 도중 녹음을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만 녹음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민원인이 욕설과 협박을 가해도 대화 내용을 처음부터 녹음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무원연맹) 관계자는 "전화가 시작되기 전에 '자동 녹음된다'고 안내가 나오면, 상대방은 말을 조심하게 된다"며 "민원인의 전화 내용 자동 녹음은 공무원 노조 단체가 계속해서 요구해오던 것"이라고 말했다.

악성민원 피해 공무원이나 소속 행정기관은 통화 내용을 근거로 고소, 고발을 진행할 수도 있다.

정부는 민원인의 폭언과 협박, 성희롱, 명예훼손 등을 '위법행위'로, 반복되는 민원과 부당한 요구 등은 '공무방해 행위'로 규정하기로 했는데, 녹음된 민원 통화가 법적 대응 과정에서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열린 공노총,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4.29. bjk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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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통화시간'을 설정해서 이를 넘기면 담당 공무원이 끊을 수 있도록 조치한 점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은 전화로 민원인이 민원과 상관없는 내용을 장시간 늘어놓고 있어도 끊을 수 없었는데, 이번 조치로 행정력 낭비가 줄어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관계자는 "종결 가능한 민원 대상을 확대하고 통화 권장시간을 만든 것은 민원공무원들의 실질적인 보호 조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그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공무원노조 단체가 요구해온 사항들이 이번 대책에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이번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민원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인력을 재배치하겠다고 했는데, 현장에서는 인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공노 관계자는 "매년 공무원 인력을 줄여오고 있어서 재배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현장에서는 업무가 많은 부서에 인력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한 저연차 공무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인력 충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 임금과 각종 수당 등 처우가 좋지 않아 중간에 떠나는 사람이 많고 휴직자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인력 부족분을 채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노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경기 김포시 사례에서 보듯이 일선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감당할 수 없는 민원과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또 읍면동을 비롯한 민원부서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려면 정원을 확대하고 인건비를 증액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악성민원을 방지하고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의 작은 정부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예산이 축소된 상황에서 민원부서 인력충원이나 전담대응팀 구성은 먼 나라 얘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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