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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제 22대 총선

참패 반성 없이는 협치·소통 기대도 어렵다 [정한울의 숫자로 본 총선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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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치현안과 사회적 난제에 대한 ‘한국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올바로 이해해야 합의가능한 해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심층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와 의견을 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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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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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여당 지지층' 대거 이탈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핵심 원인
윤 대통령, 실정 반성부터 나와야

총선 패배 후 첫 메시지, 패인 진단이 우선

주목을 끌었던 여야 영수회담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첫 만남' 이상의 결실 없이 마무리됐다. 총선 패배 이후 보수진영의 관심은 대통령과 여당의 대국민소통 강화와 협치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소통과 협치 부재가 국민의힘 패배의 핵심인지 의문이다. 현재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 총선 패배 원인 진단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과 향후 진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패인을 분석해보자. 정당 지지층의 변동이 큰 선거에서 선거승패 요인 분석의 핵심은 정당별 지지 '잔류'층과 '이탈'층, '신규 지지 유입층' 및 '비지지/안티층'에 대한 비교분석이 중요하다. 특히 잔류층과 이탈층의 비교분석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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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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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틀에 따라 분석하면,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압승을 이끌었던 45% 내외의 높은 지지율이 주요 지지층의 이탈로 2022년에는 30%대까지 하락했음이 확인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 대패 이후 2021년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대등한 수준으로 지지율을 회복했고 2022년 지방선거 압승 이후에는 민주당 대비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이후 2024년 총선까지는 지지율이 하락, 더불어민주당 못지않은 이탈층이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이탈층 복원에 실패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은 2016-2017년 촛불탄핵을 거치며 형성되었던 '탄핵정치연합'이 복원된 수준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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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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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참패의 원인 :압도적 '안티국힘' + '이탈국힘'의 확대

국민의힘의 대패는 2022년 6월 지방선거 압승 당시 과반에 육박했던 지지층이 불과 2년 만에 크게 이탈했기 때문이다. 각 요인별로 분석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우선 이탈 국힘층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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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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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의 2024년 신년조사에서 2022년 지방선거 시점 지지정당과 총선을 앞둔 신년조사 시점에서의 정당지지를 비교해보자. 국민의힘을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①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했다고 답한 377명 중 75%인 281명만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잔류 국힘'이었고 ② 지방선거에서 국힘을 지지했지만 다른 정당 지지 혹은 무당파로 이탈한 '이탈 국힘'층은 96명에 달했다.

성별, 연령, 거주지역과 같은 인구학적 특성과 이념성향 분석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다. 남성의 이탈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연령대별로 2040세대에서는 '안티국힘/비국힘' 비율이 61~7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50대에서도 이탈국힘 10%, 안티국힘/비국힘 49%로 국민의힘에 비우호적이었다. 60대 이상에서만 잔류국힘 비율이 45%고 안티국힘/비국힘 39%보다 높았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안티/이탈국힘의 진원지는 윤석열 대통령

패배의 원인은 분명하다. 지방선거 이래 국민의힘을 지지해본 적 없는 안티국힘층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83%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방선거에서 국힘을 지지했지만, 국힘을 지지하지 않는 이탈국힘층에서도 65%가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고개를 저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이탈국힘층을 복원시킬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잔류국힘층과 일부 뉴국힘층에서만 62~84%가 '한동훈 비대위체제 총선에거 국민의힘 지지율을 상승시킬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보인 반면, 이탈국힘층과 안티/비국힘층에서는 '별 영향을 못줄 것이다'라는 응답이 각각 34~44%, 오히려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이다'라는 응답도 24~26% 수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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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2024년 신년조사 시점에 이탈국힘층은 민주당 심판을 우선한 잔류국힘층이나 뉴국힘층과 달리 이미 정부 여당 심판론에 53%가 동의하고 있었다. 반면 민주당 심판론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 응답이 과반에 가까운 48%에 달했다. 결국 광범위하게 확장된 안티/비국힘층의 확장과 상당 수준의 이탈국힘층의 등장이 2024년 보수 심판선거의 핵심 동력이었음이 확인된다. 따라서 이들을 이탈시킨 윤 대통령 국정실패에 대한 뼈저린 인정과 혁신의 의지가 누락된 협치와 소통 노력으로는 정국의 반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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