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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오늘과 내일/장택동]법조인 과잉 국회가 걱정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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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장택동 논설위원


22대 총선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를 비롯한 당선인들이 처음 찾은 곳은 대검찰청이었다. 이들은 “마지막 경고”라며 김건희 여사 소환을 촉구했다. 1주일 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선인들이 대거 대검과 수원지검을 방문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주장한 이른바 ‘검찰청 내 술판 회유’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향후 야당과 검찰의 공방이 더욱 거칠어질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야권이 다음으로 주목할 곳은 법원이 될 듯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조 대표의 입시 비리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 사건들이다. 사법부에 대해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한 민주당 소속 당선인의 발언은 앞으로 법원에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질 것임을 알리는 예고편으로 들렸다.

헌법재판소 역시 무풍지대는 아니다. 1988년 이후 헌재에 접수된 7건의 탄핵 심판 사건 가운데 5건이 여소야대인 21대 국회에서 통과됐다.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22대 국회에서도 탄핵소추가 잇따르고,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헌법소원이나 권한쟁의 심판이 쏟아질 수 있다.

‘정치의 사법화’로 법조인 수요 늘어

이처럼 수사와 재판이 정치의 한복판에 서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근래에 점점 심화되고 있다. 검찰과 공수처 수사의 중립성, 특검 도입 여부, 주요 정치인 관련 재판의 공정성 등을 놓고 여야는 하루가 멀다하고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이는 22대 국회에 법조계 출신이 대거 입성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는 총 61명의 법조인이 당선돼 20대 49명, 21대 46명에 비해 대폭 늘었다. 전체 국민의 0.1%도 안 되는 법조인이 당선인의 20.3%를 차지한 것은 과대 대표가 아닐 수 없다. 법률 전문가인 법조인이 입법을 주 기능으로 하는 의원으로서 장점이 많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법조인이 다른 직군보다 입법 활동에서 나은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정당들은 다수의 율사들을 우세 지역에 공천하고 비례대표의 앞 순번에 배치해 국회로 불러들였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사법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법조계 출신 초선 당선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당들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정치 극단화되고 사법기관 흔들릴 것

민주당에서는 고검장 출신인 박균택 양부남 당선인을 비롯해 대장동 의혹 관련 사건에서 이 대표와 측근들을 변호한 ‘대장동 5인방’이 눈에 띈다. 검찰 재직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이성윤 전 고검장도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들은 당선 직후 민주당의 ‘술판 회유’ 관련 특별대책단에 이름을 올리며 활동을 시작했다.

조국혁신당에선 법무부 감찰담당관 재직 당시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해임 처분을 받은 박은정 당선인이 당의 검찰독재조기종식특별위원장을 맡았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대통령 법률비서관 출신인 주진우 당선인의 역할이 관심사다.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면서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여야가 사법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궁극적 이유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다. 이런 풍토에서는 정치의 본질인 타협과 양보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사법기관들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흔들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폐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정치의 사법화에 선봉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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