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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98세 할머니 걸어서 10km… “러시아군 피해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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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동부에 있는 오체레티네 마을에 러시아군이 진입하자 10km를 걸어 피난한 98세 리디아 스타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 씨.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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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러시아군에 점령당하자 98세 우크라이나 할머니가 지팡이에 의지해 10km를 걸어 탈출한 사연이 전해졌다.

30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 씨(98)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동부 최전방 마을 ‘오체레티네’에 러시아군이 지난 주 진입하자 가족과 피난길에 올랐다. 리디아 할머니는 “제2차 세계대전도 겪어봤지만 이번에는 한층 심각하다. 온 마을이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리디아 할머니는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가족들과 헤어졌다. 거동이 불편한 자신은 이동거리가 짧은 큰 길로 마을을 벗어나고, 부상을 입은 아들과 며느리는 샛길로 숨어 탈출하기로 했다.

리디아 할머니는 약 10km 거리를 종일 걸어 안전지대 진입에 성공했다. 지팡이와 커다란 판자를 한 손에 각각 들고 쉬지 않고 걸었다. 그는 “균형을 잃어 풀밭으로 넘어지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지만 금방 깨어나 다시 걸었다”며 “또 넘어졌지만 계속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털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우크라이나 군인이 할머니를 발견해 대피소로 데리고 가면서 리디아 할머니는 가족과 재회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우크라이나 주요 은행 ‘모노뱅크’는 할머니 가족에게 집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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