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변조·문서 파쇄로 증거 인멸
3급 이상 인사자료 미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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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이번 채용 비리 감사 중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직원들의 인적 사항을 검은색 펜으로 지운 복사본 서류를 감사관에게 제출했다. 채용 비리를 밝히기 위해서는 관련자의 인적 사항 정보가 필수인데 이를 알면서도 감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자료를 요구하면 윗선 결재를 받아야 한다며 통상 일주일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컴퓨터 포렌식도 거부하며 최종 협의까지 3주 가까이 감사가 지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감사원 측은 전했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채용 비리 외에도 조직·인사 분야의 심각한 복무 기강 해이, 고위직 늘리기를 위한 방만한 인사 운영과 편법적 조직 운영, 유명무실한 내부통제 운영 등의 실태도 확인해 발표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비협조로 3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운영 관련 자료는 끝내 제출받지 못했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감사 결과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협조는 받았다"면서도 "선관위의 선별적인 자료 제출이나 제출 지연으로 자료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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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중앙선관위는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감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감사를 거부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직면하자 특혜 채용 의혹만 감사받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로 인해 감사원이 지난해 7월 착수한 선관위에 대한 감사는 발표까지 약 9개월이 소요됐다.
감사 결과 선관위는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했다. 선관위 직원들의 증거 인멸과 은폐 시도 사례 또한 다수 확인됐다.
감사에 따르면 2013년 이후 10년간 진행된 선관위의 291차례 경력직 채용 과정 전부에서 비리와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직원 자녀들은 각종 특혜와 조작으로 채용됐으며, 특히 군청에서 선관위로 넘어온 전직 사무총장의 아들은 내부에서 ‘세자(世子)’로 불리기까지 했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 의뢰 혹은 참고 대상으로 넘긴 선관위 전·현직 직원은 49명에 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선관위가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채용 비리 수법이 담긴 파일을 변조하고, 문서를 파쇄하며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의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자 정치권에서는 각급 선관위원장을 상근직으로 전환하고, 중앙선관위원장을 '5부 요인' 의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5부 요인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관위원장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감사 결과에 대해 1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선관위 해체 수준의 강력한 대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며 “조직 자체가 오염될 대로 오염됐으니, ‘소쿠리 투표’ ‘라면박스 투표’와 같은 터무니없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 아니겠나.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선관위는 이미 썩을 대로 썩었고, 선거관리 시스템도 당연히 정상일 수 없었을 것” 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선관위의 존재 이유는 없다”며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사 의무화와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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