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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연금개혁 공론화, 與 제안…이번 국회 넘기면 연내 개혁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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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찬섭 교수 "'기금소진 가스라이팅' 넘어 세대간 연대 기반 보장강화에 공감대"

김성주 의원 "공론조사, 당정이 주도한 것…기대와 다른 결과 나오자 자꾸 과정 시비"

노컷뉴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이 1일 국회에서 개최한 '2024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 분석'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우측)이 발언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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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주도한 공론조사를 통해 시민 과반의 지지를 얻은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소득보장 강화안)에 대해 당정이 '비토' 조짐을 보이자, 시민사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에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국민에게 공을 넘긴 것은 여당의 제안이었는데,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오자 과정을 트집잡는다는 비판이다. 재정 안정에 힘을 실어온 당정을 향해 "이번 국회를 넘기면 연내 연금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30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함께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024 연금개혁 공론화 세부결과 분석'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공론화의 상세 결과를 설명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 마디로 세대 간 연대에 기초한 공적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해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우리 시민대표단이 강력한 지지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남 교수는 설문조사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재정안정안을 지지했던 시민대표들이 보장강화안으로 기운 추이(1안 찬성율 36.9%→50.8%→56.0%)를 언급하며 "정보 비대칭성이 극복될 경우, 시민들의 선택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보여준 명백한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은 정부 산하 전문가 위원회와 언론 보도 등이 모두 재정안정론에 치우쳐 '연기금이 바닥나면 미래세대는 연금을 받지 못한다'거나 '앞으로의 생산가능인구는 월급의 35%(부과방식이용률 기준)를 내야 한다' 등의 "가스라이팅이 난무했다"는 게 남 교수의 시각이다.

실제로 시민대표단의 98.6%는 '공론화에 참여하며 연금에 대한 지식이 늘었다'고 답했고(20대·30대는 100%), 숙의과정에서 조를 돌려가며 토론한 '분임토의'가 가장 도움이 됐다고 응답(96.0%)했다. 연금행동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표현한 언론의 도움을 받았다는 답변은 55%로 최하위였다.

연금개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노인빈곤율 완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보는 연금행동은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인상 없이 '내는 돈'(보험료율)만 올리는 개혁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앞서 연금특위가 지난달 22일 시민대표단이 보장 강화에 초점을 맞춘 1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을 모수개혁안으로 선택했다는 최종 결과를 발표하자, 즉각 환영 입장을 내기도 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보험료율은 3%p 올리고(9→12%) 소득대체율은 현행(40%)을 유지하는 2안이 42.6%로 밀렸다는 데 당혹한 모양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공론화 결과 발표 직후 전문가 간담회에서 1안 관련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초 재정안정을 위해 연금개혁을 논의한 것인데, 도리어 어려움이 가속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한다"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이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영수회담 당시 현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입법을 마무리 짓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간담회에선 당초 공론화란 방식을 제안한 주체가 '여당'이란 점을 고려할 때 다소 황당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야당은 국민공론조사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여당은 계속 문제가 있다고 하는 특이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론조사는 원래 야당의 주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이걸 주도한 것은 사실 정부였는데 막상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니 자꾸 시비를 건다"며 "'샘플링이 잘못됐다'(거나) '자료가 누락됐다', '편파적이었다', '20대가 너무 적게 들어갔다', 심지어는 태어나지 않은 세대의 의견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묻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시민대표단이 타인의 선택이 나와 다르더라도 이를 존중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91.5%에 달했단 점도 짚었다. 그는 "국민들은 이렇게 성숙한 민주주의를 통해 자신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능력, 준비가 되어있는데 오히려 결정해야 할 국회는 여전히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어떻게 연금과 노후에 대해 생각하느냐는 파악이 됐으니, 이제 판단과 결정은 국회의 몫이다. 연금개혁은 의지와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며 "시간이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연금특위가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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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정부와 국회가 연금개혁을 국민이 원하는 '보장성 강화' 방향으로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하며 오는 2일부터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연금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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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론화 과정을 가까이 지켜본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부장은 보장강화안에 반대해온 일부 전문가들의 태도를 보며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미적립 부채' 같은 합의되지 않은 개념을 끌어다가 시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의사결정을 했다고 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며 "실제 참여자들 말에 따르면, 정작 결과 발표 전까지는 과정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홍원표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도 일각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안이 이기적인 선택인 양 비난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국장은 연금 지급에 대한 의무를 법령으로 명시하자(92.1%)거나 사전적 국고 투입을 통해 미래세대 부담을 완화하자(80.5%)는 항목에 시민대표단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부분을 두고 "국민이 책임지는 만큼 정부도 국민노후에 대한 부담을 지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도 일부 전문가가 20대의 보장강화 지지율(53.2%)이 높은 점을 놓고 '아이를 낳지 않아서' 등의 무례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문 대표가 만난 한 시민대표 청년은 "이번 의제숙의단은 일반적 정책 논의와 달리 이해관계자와 청년 참여자 수의 비율이 비슷했고 각 조마다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배치돼 모든 참여자의 의견이 존중됐다. 상대적으로 발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청년 세대를 배려한다는 상징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언론에서도 20대는 생각이 없고 연금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거나 '상황이 어떻게 되든지 나만 받으면 된다' 등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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