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경찰(NYPD) 소속 경찰관이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던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인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경찰(NYPD)이 강제 해산하고, 100여명을 체포했다. 미 전역 대학가에서 확산 중인 ‘반전 시위’의 진앙인 컬럼비아대 캠퍼스에 약 2주 만에 다시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날 저녁 진압 장비를 갖춘 NYPD 소속 경찰관 수백명이 시위대가 점거한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에 진입해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체포된 학생들은 케이블 타이와 유사한 끈으로 손이 등 뒤에서 결박된 채 호송 차량에 태워졌다. 경찰이 학생들을 체포하자 다른 편에 있던 시위대가 야유를 보냈으며, 일부 학생들은 연행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경찰은 시위 해산 과정에서 최루가스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NN은 경찰이 대학 앞 도로변과 맞닿은 해밀턴홀 2층 유리창을 부수고 내부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섬광탄 등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두 시간 만에 해밀턴홀 내 시위대를 해산한 경찰은 캠퍼스 광장의 잔디밭에서 텐트 농성을 벌이던 학생들도 모두 돌아갔다고 밝혔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해밀턴홀을 점거한 지 20시간 만에 경찰이 시위 진압에 나선 것은 대학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컬럼비아대는 이날 NYPD에 보낸 총장 명의 서한에서 시위대에 의해 학교 건물이 “파손되고 봉쇄”됐다면서 경찰 출동을 요청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대의 점거 농성을 해산하기 위해 출동한 뉴욕경찰(NYPD) 소속 경찰관 수백명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앞서 학생들은 대학이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된 군산복합체 등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것 등을 요구하며 해밀턴홀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미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이름을 딴 이 건물은 1968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 198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 정책) 철폐 시위 당시에도 시위대가 점거하는 등 컬럼비아대 역사에서 상징적인 곳이다.
대학 측은 또한 경찰에게 최소한 졸업식 이틀 뒤인 5월17일까지 캠퍼스에 머물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시위대와 경찰 간 추가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학 측은 앞서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이 전날 오후 2시까지 해산하지 않으면 퇴학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과 NYPD는 컬럼비아대 건물 점거는 학생들이 아니라 ‘외부 선동가’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점거 시위에 대해 “평화적 시위가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소수의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정당한 학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 대학가에서 퍼져나가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로 인해 30일까지 약 1200명의 학생들이 체포됐다. 한편 브라운대의 경우 시위 학생들의 투자금 회수 요구를 대학 이사회가 표결에 부치기로 하면서 학생들도 텐트 농성을 중단하기로 했다.
크리스티나 팩슨 브라운대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브라운은 항상 대화와 토론, 경청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해결해온 데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도 교칙을 위반하는 야영 농성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선 이날 밤 팔레스타인 지지 학생과 이스라엘 지지 학생 간 폭력 사태가 발생해 시위 진압 경찰이 출동했다. 이 학생들이 상대에게 의자를 던지거나 서로 밀치고 걷어차면서 캠퍼스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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