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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尹-李 영수회담, 민주당 '빈손'에도 명분과 실리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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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尹-李 영수회담 135분 회담
원고 15분간 읽어간 李, 192석 대표성 강조…개혁 입법 힘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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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영수회담에서 채 상병 특검법부터 에둘러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언급하며 국정운영 방안 전환과 총선 민심 등을 전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135분간 회담에도 이렇다 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빈손 회담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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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영수회담을 통해 소통의 첫걸음을 뗐지만, 쟁점 법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끝내 '빈손' 회담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오후 2시4분부터 135분간 회담을 이어갔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현안 논의를 위해 만난 건 윤 대통령 취임 720일째인 이날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강조하며, 21대 국회 막바지에 개혁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역시 범야권 192석의 대표로서 '국민 대표'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이 대표는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A4 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15분가량 읽으며 각종 현안을 다뤘다. 특히 이 대표는 "아킬레스건으로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예민한 주제도 가감 없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에둘러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전세사기 특별법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의료개혁특위 등 10가지 의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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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화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15분가량 A4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읽으며 각종 현안을 다뤘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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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곡절 끝에 영수회담이 성사됐음에도, 양 측은 소통만을 약속할 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선 서로 공감을 했고, 앞으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비공개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의료개혁 외에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연금개혁,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예민한 현안에서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나아가 이 대표가 회담 전에 다뤘던 내용 대부분은 비공개 회담에서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나머지 주제에 대해서는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회담에서 대표께서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께서 답변을 하는 방식이었는데, 답변히 상당히 길었다. 85대 15 정도로, 윤 대통령께서 상당히 많은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이 대표 역시 회담 직후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민주당이 21대 국회 막바지에 쟁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에게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단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영수회담에 대해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무능, 불통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민주당만이 민생을 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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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담을 하고 있다. 이날 첫 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720일 만이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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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테이블에 올릴 주요 의제를 두고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양 측은 영수회담에 앞서 총 3차례의 준비회동을 했다. 민주당은 전국민 1인당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 지급 △채 상병 특검법 수용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각종 특검 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 요구권) 자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이 특정 의제를 정하는 데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영수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의제도 다 접어두고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며 뒤로 물러섰다.

최근 민주당은 21대 국회 막바지를 앞두고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전세 사기 피해자 특별법, 농산물에 가격 안정제를 도입하는 '농안법 개정안'(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포함해 각종 민생입법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날 영수회담에 배석했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회의 때 (법안을) 처리하려고 했던 기조는 그대로 있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영수회담으로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한 층 더 견고해졌다. 22대 총선 승리로 범야권 192석의 대표로서 윤 대통령과 마주선 모습을 그려내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서 모습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들이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우리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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