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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尹-李, 720일 만 회담…'채상병 특검법' 건너뛰고 '의료개혁'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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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도출 불발…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민감 현안 언급 無
5월 임시국회도 여야 평행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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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만났다. 윤 대통령 취임 720일 만이다. 이날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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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720일 만에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35분간 대화는 협치의 물꼬를 텄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윤 대통령이 뒤늦게 야당과의 소통 채널을 구축해 정치 복원 노력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은 의료개혁과 민생경제, 소통 강화 등 총론에서도 인식을 같이 했지만, 정책 추진 방식 등 각론에서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특히 야당이 강하게 요구한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은 침묵했다. 5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가 쟁점법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오후 2시께부터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양자회담을 열고 마주 앉았다. 제1야당 대표와의 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후 720일 만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양자회담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에서 거절해왔다. 이어 22대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이 대표 측에 먼저 만날 것을 제안하면서 이날 회담이 성사됐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오다 보니까 한 20분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회담은 당초 배정했던 1시간을 훨씬 넘겨 2시간15분간 진행됐다. 사전 의제 조율을 하지 않은 탓에 민생경제회복 방안부터 의료개혁과 연금개혁, 쟁점 법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논의가 오갔다.

회담 이후 공동 합의문은 도출하지 못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있었다"며 양측이 의료개혁 협력, 소통 강화, 민생 최우선 기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채널A '뉴스 A'에 출연해 "합의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합의문을 낸 것만큼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의료개혁과 민생경제 방안에 대해 양측 입장은 '동상이몽' 수준이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의료개혁에 대해 민주당 측에 많은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의대증원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고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방안으로 여야,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보건의료개혁공론화특별위원회' 설치를 거듭 제안했다. 2개월 넘게 계속된 의정갈등 문제 해결에 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국립대병원설치법, 의료사고처리특례법 등 의료개혁 관련 입법 과제에 대한 야당의 협조만 기대하는 모습이다.

민생경제 회복 방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전 국민에 1인당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민주당 요구를 거절했다.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 서민 금융 확대 방안 등 정책 시행 후 필요할 경우 향후 여야가 시행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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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고 가족 등 주변인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 대표 요구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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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을 수사하는 특검법에 대해 이 대표의 작심 비판에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회담에서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 문제, R&D(연구개발) 예산, 연금 개혁과 의료 개혁, 이태원특별법, 여·야·정 민생 협의체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되면서 이 부분은 다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측은 비공개로 전환된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말을 한 시간이 85대15 정도의 비율이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담에서도 쟁점 법안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5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5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히자며 맞서고 있다.

이번 회담은 대통령실과 야당 간 소통 채널이 복원된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치의 복원, 여야 협치 시동 이런 것들이 지난 총선을 통해 표출된 민심이라고 볼 수 있고, 오늘 회동은 바로 그런 민심에 순응하는 과정"이라며 "야당과의 소통,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향후 추가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초에 양측 모두 영수회담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마지못해 만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보수층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고 이 대표도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는데 총선에서 이겼다고 안 만나면 오만해 보이지 않았겠나. 그래서 민심이라도 제대로 전달하자고 간 것"이라며 "그렇게하다 보니 빈손(회담)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화한 것 자체로 의미는 둘 수 있지만 만남 이전과 이후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대통령실 민정 기능을 부활하는 조직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운영하다 보니까 민심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이루어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이런 정보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김대중 정부에서도 처음에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나중에 2년 뒤에 다시 만들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그런 판단을 하셨는지 조금 이해 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민심을 전달하고 정책 조정과 공직기강 역할을 담당하는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다음 달 10일 취임 2주년을 전후해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방송 인터뷰에서 "(2주년 기자회견은) 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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