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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세계의 골칫덩이 ‘폐플라스틱’… 가스-액화 원료로 만들어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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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재활용’ 방법 부상

폐플라스틱 재활용률 9%에 불과… 수거-선별 힘들고 품질 낮아져

열분해나 가스화 공정 거치면… 디젤-수소 등 원료로 전환 가능

국내외 대기업도 기술 개발 돌입… 탄소 배출-안전성 문제는 숙제

동아일보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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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전 세계에서 약 3억5000만 t이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문제는 이미 전 지구적인 과제다. 폐플라스틱을 분쇄해 세척한 뒤 다시 사용하는 ‘물리적 재활용’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을 가스나 액화 상태의 원료로 만들어 영구적으로 재활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방법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 온실가스 배출, 안전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관련 산업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 화학적 영구 재활용 급부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에 따르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대부분 매립되거나 폐기되고 일부는 소각된다. 재활용률이 낮은 이유는 물리적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만 수거하고 선별하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재활용된 플라스틱의 품질이 떨어진다.

23일 영국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는 화학산업을 연구하는 독일 연구기관인 ‘노바 인스티튜트’가 2월 발표한 보고서를 집중 소개했다. 보고서에는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 선도 기업, 재활용 산업의 가치 등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학적 재활용은 재활용에 필요한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과정이 까다롭지 않다. 화학 공정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원료 상태로 되돌리기 때문에 이물질이 포함돼도,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여 있어도 문제없다.

대표적인 화학적 재활용 방법은 ‘열분해’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500도 이상의 열을 가해 플라스틱의 고분자 사슬을 붕괴시켜 유용한 단량체 화합물로 전환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비닐을 포함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나프타, 오일, 디젤, 왁스 등을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가스화’다. 폐플라스틱을 800∼1300도의 가스화기에 넣고 소량의 산소나 증기를 넣어 합성가스와 탄화수소를 만든다. 가스에서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 등의 화합물을 추출한다. 열분해 방법보다 더 많은 종류의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고분자가 형성되는 ‘중합과정’을 역행하는 원리를 이용한 ‘해중합’도 주목받고 있다. 폐플라스틱과 촉매, 유기용매를 반응기에 넣고 플라스틱 분자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플라스틱 원재료로 만들 수 있다. 원재료로 만든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과 동등한 품질을 갖는다. 효소를 이용해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방법도 나오지만 아직 실험 단계다.

일각에서 공정 중에 열을 가하면서 온실가스를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생산부터 폐기, 소각되는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총 탄소량보다 화학적 재활용을 했을 때 나오는 탄소량이 더 적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화학적 공정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국내외 대기업들 화학적 재활용 산업에 참전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화학적 재활용 산업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바 인스티튜트는 “전 세계에 설치됐거나 계획 중인 화학적 재활용 공장이 340개 이상이며 기술 개발을 유럽이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2027년까지 연평균 7.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연평균 17%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열분해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영국 화학 기업 ‘엔발’은 열분해 공장 한 개가 1년에 2000만 t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 ‘이스트먼’,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화학적 재활용 산업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 2021년 이스트먼으로부터 화학적으로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공급받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수요 부진, 공급 과잉으로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던 국내 정유·화학 기업들은 열분해를 이용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울산에 연간 32만 t의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LG화학도 충남 당진시에 연 2만 t 규모의 열분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방법
■ 열분해: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500도 이상의 열을 가해 나프타, 오일, 디젤, 왁스 등을 만드는 기술.

■ 가스화: 폐플라스틱을 800∼1300도 가스화기에 넣고 소량의 산소나 증기를 넣어 합성가스와 탄화수소를 만드는 기술.

■ 해중합: 폐플라스틱과 촉매, 유기용매를 반응기에 넣고 플라스틱 분자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플라스틱 원재료로 만드는 기술.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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