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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사설]휴대폰 압수 별건 수사 ‘위법’ 판결 잇따라… 근절책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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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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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압수한 휴대전화 정보를 보관하다가 이를 뒤져 별건 수사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검찰 수사관 A 씨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원주시청 간부 B 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압수한 두 사람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을 증거로 삼았기 때문에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2018년 12월 B 씨의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대검찰청 서버인 ‘디넷’에 보관하던 중 A 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가 A 씨가 원주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 상황을 누설한 사실을 포착했다. 대법원은 원주지청이 B 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영장 집행이 종료된 뒤에는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발견하자마자 삭제·폐기·반환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아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컴퓨터 휴대전화 등 디지털 정보 저장 매체 자체를 직접 반출하거나 ‘이미징’ 방식으로 복제해 반출하는 것은 검색에 긴 시간이 걸리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도 혐의 사실과 무관한 정보는 탐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A 씨가 누설했다는 비밀이 B 씨의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와는 무관한 수사 내용이기 때문에 별건이고, 별건인 이상 새로 영장을 발부받아 디넷 자료를 압수했다고 해서 위법성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게 판결의 취지다.

검찰은 법원에서의 검증을 위해 디지털 정보 전체 이미지를 보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범 등의 추가 수사를 위해 본래 혐의자의 무죄 확정 판결 이후에도 디지털 증거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한 대검 예규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와 충돌한다. 근래 법원에서 압수 디지털 정보를 이용한 별건 수사 위법 판결이 잇따르면서 검찰도 별건 수사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보가 증거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별건 수사의 단초로 이용되는 것까지 막기 어렵다. 범죄 정보를 찾는 검찰 수사관들이 디넷만 뒤지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디지털 정보 압수수색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예방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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