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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3高 속에 날아온 팬데믹 대출 청구서… 금융권 ‘부실 뇌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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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줄줄이 치솟는 연체율

저리로 받은 대출 고금리에 ‘비명’

은행권 가계 대신 기업대출 늘려

서민들 카드론·보험대출로 발길

취약 기업 차입금 금융위기 수준

부실채권 상·매각해도 계속 쌓여

고물가·환율에 금리 인하 멀어져

“가계·기업 이자 부담→연체율 상승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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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것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로 가계와 기업 모두 자금난에 시달리며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저금리와 정부의 지원으로 급증했던 대출 청구서가 3고라는 악재와 함께 돌아온 셈이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문턱을 높이자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금리가 더 높은 카드론, 보험대출로 발길을 돌린 결과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은행은 가계대출을 조이는 대신 기업대출을 잔뜩 늘렸는데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고물가·고환율 여파로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점점 밀리면서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증가가 연체율 상승, 금융권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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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말 0.30%에서 올해 1분기 말 0.35%로 뛰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0.34%에서 0.41%로, 대기업은 0.03%에서 0.07%로 각각 올랐다.

산업별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경기 부진으로 건설업 연체율의 상승률이 유독 높았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건설업 연체율은 0.78%로, 전년 동기(0.37%) 대비 2배 넘게 뛰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건설업 연체율이 1%를 넘어섰다.

은행들은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실 채권을 대거 상각 또는 매각하고 있지만, 부실 채권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국내 금융기관 기업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 약 1900조원까지 불어난 데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높아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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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의 ‘위기별·산업별 비교 분석을 통한 국내 기업부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1 미만으로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57.4%에 달한다. 이는 외환위기 고점(67.8%)보다 낮지만, 금융위기 고점(34.1%)보다 높은 수치다.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업부문 고정이하여신(연체 3개월 이상) 비율도 0.31%에서 0.33%로 확대됐다.

‘서민들의 급전’이자 ‘불황형 대출’이라 불리는 보험약관대출과 카드론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생명보험·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1조원으로 전년 말(68조원)보다 3조원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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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8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도 36조541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카드론 잔액과 함께 연체율도 급증해 신한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1.56%로 2015년 9월(1.68%) 이후 9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하나·우리·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회복과 개인회생 등을 신청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회수 난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6.55%로 전년 말(3.41%) 대비 3.14%포인트 상승해 2011년 저축은행 사태(5.8%포인트 상승) 이후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올해 1분기 말 연체율도 7∼8%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이 과거 공격적으로 나섰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5일 KB저축은행, 대신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4개사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에 다음달 3일까지 부실 채권의 수시 상각 신청을 받는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추정 손실에 해당하는 부실 채권을 정리해 건전성을 확보하라는 주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부동산 등 내수시장 침체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리스크 평가 지표들의 추가 악화 여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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