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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美ETF 출혈경쟁 가나···삼성운용 '수수료 인하'에 중소형사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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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 점유율 15%대 하락하자

4개 상품 수수료 0.0099%로 인하

미래에셋 동참땐 중소社 부담 커져

판매보수도 낮춰 손실 최소화 비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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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대표지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급감에 대한 대응으로 수수료를 크게 할인하고 나서자 자산운용 업계 전체가 출혈 경쟁 우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추후 미래에셋자산운용까지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경우 중소형사들이 설 자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운용이 ‘KODEX S&P500TR’ 등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운용보수를 기존 0.05%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099%로 낮추기로 하자 경쟁 업체 사이에서는 볼멘 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운용가 새로 책정한 수수료는 미래에셋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유사 상품 총보수인 0.07%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식·채권형 ETF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는 삼성운용이 해외 투자, 그 가운데서도 미국 관련 ETF 시장 점유율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최근 크게 뒤처지면서 특단의 대책을 낸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운용의 미국 주식형 ETF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16.2%에서 이달 24일 15.4%로 0.8%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업계 3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점유율 10.6%과도 이제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됐다. 삼성운용의 미국 주식형 ETF 순자산은 올 들어 6000억 원 정도 늘어난 총 3조 708억 원이다.

삼성운용의 미국 주식형 ETF 점유율 하락은 같은 기간 64.3%에서 64.5%로 점유율을 더 늘린 미래에셋운용과도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미래에셋운용의 미국 주식형 ETF 순자산 총액도 24일 기준으로 12조 6481억 원에 달해 삼성운용보다 3배 이상 많다. 순자산이 1조 원을 넘는 미국 주식형 ETF 수도 미래에셋운용은 4개나 되는 반면 삼성운용은 1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삼성운용 ‘KODEX 미국S&P500TR’의 순자산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미국 주식 투자가 올 들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관련 ETF 경쟁력이 떨어지자 삼성운용의 전체 ETF 시장 점유율도 흔들리고 있다. 삼성운용의 전체 ETF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40.30%에서 24일 39.43%로 내려앉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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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이 해외 ETF 경쟁력 수성을 위해 저가 수수료 경쟁을 펼치자 각 운용사들은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다른 자산운용사들은 당장 수수료를 낮출 계획은 없다면서도 삼성운용 ETF의 자금 유입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수수료 인하가 실제 순자산 증가로 이어질 경우 미국 투자 ETF 업계 1위인 미래에셋운용뿐 아니라 다른 운용사들 역시 줄줄이 수수료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대표지수형 ETF는 대다수 운용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만큼 수수료 인하는 ‘제 살 깎기’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당장 수수료를 낮추지는 않겠지만 미래에셋운용까지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경우 운용사 간 출혈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혈 경쟁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운용의 점유율 확대 방식에 반감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삼성운용이 미국 대표지수 ETF의 운용보수뿐 아니라 다른 ETF 수십 종의 판매보수까지 내리면서 자기 손실을 최소화한 채 시장 전체에만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삼성운용은 최근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의 판매보수를 0.05%에서 0.001%로, ‘KODEX 미국30년국채울트라’는 0.01%에서 0.001%로 각각 낮췄다. 판매보수는 지정참가회사(AP)에 지급하는 보수다. AP는 투자자와 운용사 사이에서 ETF의 설정·환매를 담당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투자자들에게 걷는 운용보수를 줄이면 삼성운용의 이익은 줄게 되는 반면 AP에게 주는 판매보수 인하는 삼성운용의 수익을 늘게 한다. 대형사인 삼성운용 외에 대다수 중소형사는 쓸 수 없는 수익 공백 메우기 전략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경쟁 심화로 운용 수수료를 낮추는 경우는 있어도 판매보수를 인하하는 건 대형사나 가능한 이야기”라며 “상대적으로 운용 규모가 작은 중소형 운용사들은 이익을 포기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운용은 이와 별도로 최근 ETF 점유율 확대를 위해 무리한 광고를 진행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삼성운용은 지난 23일 상장한 ‘KODEX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을 광고하면서 손실 가능성이 있는 ETF와 그렇지 않은 정기예금을 비교하는 메시지를 냈다가 금융투자협회의 수정 지시를 받았다. 삼성운용은 결국 다음날인 24일 해당 문구를 수정한 광고를 재발송해야 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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