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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잇단 폭언으로 국민 지지 잃어가는 의협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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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27일 낸 성명에서 "의대 교수님들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총력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총선 패배에다 다음달 1일 신임 의협 회장 임기 개시를 앞두고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도 넘는 발언을 내뱉고 있다. 잇단 폭언에 걱정이 크다. 의정 대화가 절실한 마당에 의협이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낸다면 감정의 골만 깊어져 사태 해결이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교수님들께 동네 양아치 건달이나 할 저질 협박을 입에 담을 경우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가 교수 사직 시 징역 1년을 검토 중이라는 독재국가에서나 봄 직한 폭압적인 발표를 했다"고도 했다. 이 내용만 보면 정부가 아주 큰 위협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전날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교수들의 휴진 결의를 놓고 "관계 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한 원론적 발언에 대해 의협이 맹비난한 것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지난 23일에는 "박민수(복지부 제2차관), 조규홍(장관), 김윤(비례대표 당선자)이 설치고 있어 사태 해결에 걸림돌"이라며 "이자들을 하루속히 치워야 한다"고 했다.

이번주부터 '빅5'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은 주 1회 휴진을 통해 진료·수술 일정을 줄인다. 정부는 특위를 열고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을 내걸었지만 의사들 불참으로 논의 진전이 어렵다. 28일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임 당선인은 "의정 갈등이 아니라 정부의 일방적 권력 남용으로 촉발된 의료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마치 폭언을 휘두르면서 떼만 쓰는 강성 노조를 보는 듯하다.

얽힌 실타래를 풀려면 의료계가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하는데 뒤에서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니 사태 진전이 어렵다. 의협은 폭언으로 당장 회원들의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의사 품위를 훼손하고 국민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환자들 신뢰도 이미 떠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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