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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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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었던 뇌 손상… 줄기세포로 되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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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 ‘불가능의 영역’ 개척하나

美연구팀, 쥐의 뇌 회복 실험 성공

동아일보

과학자들이 줄기세포를 사용해 손상된 뇌 조직을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뇌의 구조를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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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쥐의 줄기세포로 뇌 신경세포를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한번 손상되면 돌이킬 수 없는 뇌는 현대 의학에서도 대처가 불가능한 영역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로 질병과 노화로 잃어버린 뇌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크리스틴 볼드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과 준 우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교수 연구팀은 줄기세포로 쥐의 일부 뇌 기능을 회복시키고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를 확인한 2편의 논문을 각각 26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2건의 논문으로 공개된 이번 연구에선 쥐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전뇌 형성과 후각 기능 재생에 성공했다. 쥐를 활용해 이뤄진 실험인 만큼 사람에게 적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줄기세포가 뇌 재생에 관여하고 안전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다.

볼드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합성 신경 회로를 사용하는 뇌의 잠재적 유연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다른 종의 뇌 조직을 생성할 수 있게 되면 뇌 발달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밑바탕이 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이들 연구에선 초기 단계의 배아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유전적으로 결핍된 장기나 조직을 보완하는 ‘배반포 보완’ 기술이 사용됐다.

우 교수 팀은 뇌에서 특정 부위를 제거한 뒤 재생하기 위해 먼저 특정 조직의 발달을 주도하는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크리스퍼’ 기반 플랫폼을 개발했다. DNA에서 발견되는 특징적인 염기서열인 크리스퍼는 유전자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는 데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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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를 사용해 손상된 뇌 신경세포를 재생하는 실험에 사용된 생쥐.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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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교수 팀은 크리스퍼 기반 플랫폼을 사용해 쥐의 전뇌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를 추려냈다. 7종류의 유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Hesx1’이란 이름의 유전자가 전뇌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전자의 기능을 작동하지 않게 하자 전뇌가 없는 쥐들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우 교수 팀은 쥐 줄기세포를 이용해 조직을 복원하는 방법으로 전뇌를 형성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Hesx1 유전자를 제거한 초기 배아 상태인 쥐에 줄기세포를 주입한 결과 이 세포들은 세포의 빈 부분을 채우면서 전뇌를 형성했다. 이렇게 형성된 전뇌는 모체인 쥐와 동일한 속도로 발달했다. 생성된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에 문제없이 신호를 전달했다. 전뇌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없이 줄기세포를 활용해 정상적으로 전뇌를 형성한 것이다.

볼드윈 교수 팀도 배반포 보완 기술을 활용했다. 특정 유전자를 사용해 쥐의 배아에서 후각 감각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를 제거하거나 비활성화한 뒤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그 결과 쥐의 후각 신경세포를 무사히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또 배반포 보완 기술에서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신경세포의 재생력과 기능 회복력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유전자를 비활성화하는 방식은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보다 신경세포를 재생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생된 신경세포의 기능은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한 뒤 재생했을 때 더 정교하게 복원됐다. 후각과 관련한 신경세포를 회복한 쥐들에게 숨겨진 쿠키를 찾게 하는 실험에서 유전자가 제거됐던 쥐들이 쿠키를 더 잘 찾아냈다.

이번에 진행된 두 연구는 다른 종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시사한다. 앞서 학계에선 배반포 보완 기술을 활용해 돼지의 줄기세포로 인간의 장기를 키우는 실험을 해왔다. 지난해 돼지 신체에서 인간의 신장을 키워내는 시도가 성공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는 이러한 성공 사례가 뇌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우 교수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야생 설치류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전 세계에는 2000종 이상의 설치류가 있는데 이들 중 많은 종은 우리가 실험실에서 흔히 연구하는 설치류와 다르게 행동한다”면서 “종 간 신경세포 배반포 기술을 사용한 실험은 잠재적으로 그 종의 뇌가 어떻게 발달하고, 진화하고, 기능을 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말헸다. 다만 우 교수는 인간의 뇌에 이번 연구를 적용하기까지는 기술적, 윤리적 과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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