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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KB금융, 홍콩ELS發 타격… 순익 30% 줄어 ‘리딩뱅크’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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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고객배상 비용 8620억원 반영

영업익 10% 늘었지만 순익 급감

신한-하나-우리금융도 10%대 줄어

금융권 “2분기부터 실적 개선 전망”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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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이 전년보다 30% 넘게 줄어들면서 ‘리딩 뱅크’(금융지주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홍콩 ELS) 손실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관련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결과다.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4대 금융지주 순익은 1년 전보다 20%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그룹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491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0.5% 감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영업이익이 2조3554억 원으로 전년보다 10.1% 늘었지만 영업외손실이 962억 원에서 9480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영업외손실에는 홍콩 ELS 손실 고객에 대한 자율배상 비용 8620억 원이 충당부채로 포함됐다. 배상금은 재무제표에 충당부채로 인식되며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의 홍콩 ELS 판매 잔액은 7조6695억 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2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신한, 하나, 우리금융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1분기 추정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0.8%, 17.8% 줄어든 1조2377억 원, 9062억 원이다. 이는 두 회사가 홍콩 ELS 배상금 지급을 위해 각각 3000억 원, 2000억 원을 부채로 반영할 것으로 가정한 결과다. 우리금융의 경우 홍콩 ELS 판매액이 경쟁사 대비 적은 편이지만 카드, 캐피털 등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전년 대비 10.5% 감소한 8176억 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홍콩 ELS 배상금 지급과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도 금융지주 실적 부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부채의 평가액이 외화자산보다 늘어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 1분기 하나금융은 700억∼800억 원, 우리금융은 200억 원 안팎의 외화 환산 손실을 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홍콩 ELS 배상금과 환율 상승으로 인해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치고 ‘리딩 뱅크’에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2분기(4∼6월)부터 개선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져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금융지주 순이익의 약 70%를 차지하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홍콩 ELS 자율 배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환산 손실을 제외하면 일회성 요인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2분기 이후의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환대출 인프라의 플랫폼에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도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대출 수요가 늘었다”며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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