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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매출 144% 뛴 SK하이닉스 "다음 HBM 마진은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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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4일(현지 시각)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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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분기 매출이 144% 늘고,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3조원에 육박하는 흑자로 단번에 전환했다. 회사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마진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AI 올라타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최태원 SK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난 뒤 ‘혁신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D램 이어 낸드도 흑자



25일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매출 12조 4296억 원에 영업이익 2조 8860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4% 늘었고, 흑자 전환한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회사는 “장기간 지속해 온 다운턴(불황)에서 벗어나 완연한 반등 추세에 접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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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1등 공신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용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고대역폭메모리(HBM)이지만, 낸드 메모리도 회복됐다. 이날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프리미엄 제품인 기업용 SSD 판매 비중이 늘어나며 (낸드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30% 이상 상승했다”라고 말했다. HBM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한 D램에 이어, 낸드도 1분기 흑자 전환했다. 회사 영업이익률은 1년 전의 -67%에서 23%로 수직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회복을 넘어, 연말쯤 재고 부족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김우현 CFO는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을 우선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D램은 생산이 줄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며 “올해 메모리 시장은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석 낸드 마케팅 담당은 “레거시(범용) 제품 재고는 연말에 타이트한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경쟁사 뛰어들어도, “다음 HBM 마진 더 높다”



회사는 지난달 양산하기 시작한 5세대 HBM인 HBM3E의 공급과 고객층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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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삼성전자(1위)와 마이크론(3위)도 HBM 경쟁에 돌입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1~3위 기업이 모두 HBM에 매달린다. 지난 2월 미국 마이크론은 HBM3E 대량 생산을 시작했으며 엔비디아 신제품 GPU에 자사 HBM3E가 탑재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이날 미 백악관은 칩스법에 따라 마이크론에 61억 달러(약8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는데, 마이크론은 이에 힘입어 더욱 공격적으로 HBM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기술·원가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으로 쌓은 HBM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의 8단 HBM보다 메모리 용량을 50% 늘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제품은 주로 8단”이라며 “12단 제품은 고객의 요청 일정에 맞춰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향후 16단 HBM에 적용하기로 한 적층 기술 ‘하이브리드 본딩’에 대해서는 “충분한 기술 성숙도가 확보된 뒤 적용하는 것이 안정적 공급과 원가 측면에서 유리하다”라며 “16단 HBM에도 기존 공정(MR-MUF)을 적용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담당은 “클라우드 업체들의 AI 서버 투자 확대 등으로 HBM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라며 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HBM3E는 이전 세대 제품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더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등 주요 HBM 고객을 선점한 SK하이닉스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젠슨 황 CEO와 만난 사진을 올렸는데, 황 CEO는 최 회장에게 선물한 엔비디아 소개 책자 첫 장에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의 파트너십을 위하여”라고 적었다. SK 측은 회동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엔비디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에 이뤄진 면담”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업계 최대 불황이던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최태원 회장의 뚝심 투자가 12년 만에 ‘AI 메모리 선도 기업’이란 성과로 돌아온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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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난 최태원 SK 회장이 공개한 황 CEO의 메시지.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의 파트너십을 위하여″라고 적었다. 사진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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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팹 있지만 ‘청주가 먼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연초 계획보다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미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원 투자 계획과 미국 인디애나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에 5조원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가동되는 건 충북 청주의 HBM 생산 기지일 거라고, 회사는 못 박았다. 지난 24일 SK하이닉스는 청주에 D램 메모리 공장을 지어 HBM 수요에 대응하는 데에 총 2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우현 CFO는 “지금 공사를 시작하면 2025년 말 팹을 오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부지 조성 중인 용인은 2027년, 미국 인디애나는 2028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김 CFO는 “현금창출 수준을 고려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재무 건전성 확보를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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