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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영수회담 결국 무산되나…성사돼도 성공사례 찾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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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실무회동 후 대통령실 “의제 조율 없이 가능한 빨리”

역대 영수회담 중 지지율 반등사례 찾기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을 준비하는 2차 실무회동이 25일 열렸다. 회동은 구체적인 의제나 날짜에 대해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면서 빈손으로 끝났다. 양측이 입장 차만 확인하고 공전을 거듭하면서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첫 영수회담의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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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한 때는 지난 19일로, 지난 23일과 이날 양측은 실무회동을 두 차례 가졌다. 당초 대통령실은 의제 선정에 모두 열려있다는 입장이나 민주당이 대통령실 입장에서 민감한 의제를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회담을 진짜 하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며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민주당은 1차 실무회동 때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야권이 추진한 각종 법안에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거듭 행사한 데 사과하도록 의제에 올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국민 사과 외에도 재의요구권 자제 약속, 해병대 채 상병·김건희 특검 수용 등도 의제로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민주당에서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회담의 대원칙은 다 열려 있고, 다 듣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먼저 이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고 무슨 주제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 데 사과하라고 하는데 회담을 진짜 하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통과 야당 대표의 1대 1 만남은 얽힌 정국을 단번에 풀어낼 묘수가 되기도 하지만, 과거 영수회담만 놓고 보면 성공적인 사례는 손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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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7월 20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박순천 민중당 대표최고위원과의 영수회담 모습. 대통령 기록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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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첫 영수회담은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박순천 민중당 대표최고위원의 만남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한일기본조약’에 반대하던 민중당은 당대표가 대통령과 회담한 뒤 임시국회를 소집해 한일협정 비준안과 베트남 전쟁 파병 동의안을 다루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로 대부분 정부에서 추진했던 영수회담은 국정수행 지지율 반등이나 성공적인 성과로 늘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열고 ‘대연정’을 제안했다. 한나라당이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 개편에 동의해주면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 임명권을 야당에 넘기겠다는 내용이었으나 박 대표는 “앞으로는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거절해 회담은 성과없이 끝났다.

둘의 지지율까지 회담 후 나란히 떨어져 득보다 실이 더 많은 회담이었다고 평가받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츼뢰로 영수회담 다음날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32.3%에서 26.0%로, 박 대표 지지율은 24.3%에서 21.8%로 떨어졌다고 나타났다.

2018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만남 역시 여야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실패한 영수회담으로 꼽힌다. 둘이 만난 4월13일은 같은 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5∼6월 초로 예상되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였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과 대화는 바람직하지만,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당적 협력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홍 대표는 “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단계적 북핵 폐기 방안’ 같이 과거 북한의 거짓말에 속은 회담을 반복하지 말고 북핵을 일괄 폐기하도록 하는 회담을 해달라”고 답했다.

2017년 당선돼 정권 초 문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70%를 상회하던 시기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이후 꾸준히 떨어져 2018년 5월 첫째주에는 10%대로 내려앉았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2018년 4월30일과 5월2∼4일 성인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앞선 5주 내내 하락하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7.9%로 떨어졌다. 당시 리얼미터는 홍 대표 등의 남북 정상회담 성과 깎아내리기가 지지 철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성공적인 영수회담으로는 김대중정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와의 회동이 있다. 정부가 의약분업을 추진해 의사들이 반발하던 당시 둘의 만남 후 약사의 임의조제를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에 합의하고 의약분업 사태를 봉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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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 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본회의장에 나서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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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든 이유로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 여야 입장 차가 큰 상황에서 대통령이 야당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둘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은 점이 첫 번째로 제시된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난 2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국정수행 평가로 보면 국정 동력이 이른바 레임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져 야당과 협치가 불가피한 상황까지 도래해 이 대표한테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노무현정부 시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이명박정부 시절 손학규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와 회담 등이 있었지만 대통령 지지율도 횡보했고 야당 대표도 큰 변함 없이 지지율이 크게 반등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이제 양측이 어떤 의제를 논의할지, 배석을 누구까지 할지, 공개·비공개 등의 결정이 남아 세부사항으로 들어갈수록 의견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각자 입장을 확인하면서 일단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도의 영수회담이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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