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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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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미국은 ‘틱톡 퇴출법', 일본은 ‘네이버 나가’…데이터 국경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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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성장했던 플랫폼 비즈니스가 장벽에 막히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각국이 데이터 주권, 국가안보를 이유로 보호 장벽을 높게 세우고 있어서다. 미국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사실상 자국서 퇴출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네이버가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의 경영권에서 빠져주길 요구하고 있다.

중앙일보

틱톡 로고. 신화=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틱톡 모회사인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360일 내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시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는 이른바 ‘틱톡 퇴출’ 법안에 공식 서명했다. 중국 정부가 틱톡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무단 수집해 각종 첩보 활동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게 법안을 제정한 주된 이유다. 틱톡은 즉각 ‘소송전’을 예고했다. 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린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며 “팩트와 헌법은 우리 편이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9600여만 명의 일본 이용자를 보유한 ‘국민 메신저’ 라인야후에 올 들어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렸다. 지난해 11월 서버 공격으로 라인야후 이용자 정보 약 51만 건이 외부 유출된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한국 기업인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업무 위탁 재검토와 함께 소프트뱅크가 더 많이 개입할 것을 요청했다.

라인야후의 실질적 모회사는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다. 사실상 ‘라인야후 경영에서 네이버는 물러나라’는 요구인 셈이다. 일본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서는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해 협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낼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IT 플랫폼은 각국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들며 몸집을 키운 플랫폼이 점유율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자 각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보호 장치’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AI 대중화와 함께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자국민 다수가 외국 플랫폼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더 커졌다.

실제 틱톡은 미국 인구 절반이 사용하는 앱이고, 네이버가 만든 라인은 일본 인구의 80%가 쓰는 국민 서비스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AI 분야에서 주도권을 놓친 일본 입장에선 미·중에 이어 한국까지 AI 생태계 구축에 나선 데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 내 틱톡 금지가 현실화 된다면 최종 승자는 미국의 빅테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유럽연합(EU)이 구글·메타·애플 등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 중인 디지털시장법(DMA)·디지털서비스법(DSA) 역시 기저에는 ‘자국 기업 보호’라는 취지가 있다. 일본 정부도 최근 라인야후 건과 별개로 빅테크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스마트폰 경쟁촉진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서 과점 상태인 애플·구글이 다른 기업의 앱스토어 제공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앞으로는



글로벌 AI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국 기업을 적극 보호·육성하고, 자국 데이터는 자국 내에서 관리하려는 ‘데이터 국경’은 한층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올해 초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AI 국가주의 시대’(the era of AI nationalism)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EU는 2018년부터 개인정보의 엄격한 관리를 요구하며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는 ‘일반 데이터 보호규칙’(GDPR)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 데이터센터 증설에 2년 간 29억 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들은 일본 내에 데이터센터를 증축 중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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