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SK 회장님, 사비로 육아도우미 지원까지” 네 쌍둥이, 부부와 회사가 같이 키웠다 [0.7의 경고, 함께돌봄2024]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네 쌍둥이 부부 송리원 SK온 PM·차지혜씨 인터뷰

최태원·최재원 각각 사비로 육아도우미 비용 지원

SK온 유연근무제, 의료비 제공으로 부담 덜어

“초음파 검사비 등 대부분 SK온 지원 받아”

SK온 육아휴직 기간 최대 2년 보장 발표

“다태아 위한 출산·육아 지원 정책 확대 필요”

헤럴드경제

차지혜 씨가 네쌍둥이(왼쪽부터) 비전, 록시, 리지, 설록과 함께 24일 경기도 과천시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과천=임세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과천)=한영대 기자] “TV에서만 봤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네 쌍둥이를 알고 걱정해 주신다는 사실만으로 큰 힘이 됐다.”(송리원 SK온 PM)

24일 경기도 과천시 모처에서 만난 네 쌍둥이 엄마 차지혜 씨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막 돌을 넘긴 네 명의 ‘아기 천사’가 동시에 엄마를 찾을 때면 차 씨의 마음은 더 바빠졌다. 네 쌍둥이가 울음을 터뜨리거나 하루에도 몇십 번 옷을 갈아 입힐 때면 남편의 빈 자리가 더 커 보였다. 남편인 송 PM은 최근 미국 지사로 발령나면서 차 씨의 육아 부담은 더 늘었다. 그래도 차 씨는 인터뷰 내내 네 쌍둥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미소를 지었다.

차 씨는 “다둥이들이 일반적으로 모두 건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며 “네 쌍둥이들이 건강히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네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하루종일 집에만 있을 때가 많고, 아이들이 배탈날 때는 하루에 30~40번씩 설사를 한 적이 있다”며 “아이들이 병원에 갈 때는 언니의 도움을 받아 차량 2대로 이동하는 등 힘들 때도 있지만 네 쌍둥이가 건강히 자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차지혜 씨가 네쌍둥이(왼쪽부터) 설록, 리지, 록시, 비전과 함께 24일 경기도 과천시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과천=임세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차지혜 씨가 네쌍둥이(왼쪽부터) 록시, 설록, 비전, 리지와 함께 24일 경기도 과천시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과천=임세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 PM과 차 씨는 지난해 3월 초산으로는 국내 최초로 자연분만을 통해 네 쌍둥이를 얻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딸 셋에 아들 한 명이다. 일란성 쌍둥이인 딸 리지(理知)와 록시(祿施), 셋째인 아들 비전(備前), 막내딸 설록(說錄)이다. 앎을 다스리는 학자, 행복을 베푸는 의사, 앞을 내다보는 경영자, 말을 기록하는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을 이름에 담았다.

태아가 엄마 배 속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었던 만큼 네 쌍둥이는 일반적인 임신주기인 40주보다 일찍 세상에 나왔다. 40주를 채우지 못해 태아 정상 체중인 3㎏대보다 적은 0.9~1.4㎏로 태어났다. 하지만 부부의 헌신 덕분에 네 쌍둥이는 현재 또래들과 비슷한 수준의 체형으로 자라났다.

네 쌍둥이가 이 만큼 건강하게 자라기까지 SK의 적극적인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부에게 육아도우미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한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도움을 주기 위해 직접 나섰다. 1년간 육아도우미 2명 고용 비용을 SK온이 회사 차원에서 2개월 지원해 준 것에 더해 최태원 회장이 5개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5개월씩 각각 사비를 통해 지원해 준 것이다.

서면 인터뷰에 응한 송 PM은 “육아도우미 비용을 지원해준 덕분에 회사일과 가정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며 “지원에 보답하고자 최재원 수석부회장 생신 때 축하영상을 보냈는데 많이 기뻐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SK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K온은 부부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부부가 2021년 임신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해 송 PM의 SK온 이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송 PM은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회사로 소문난 SK로 이직한 이후 차 씨와 함께 난임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SK온의 자율적인 근무 제도 덕분에 송 PM은 임신 기간 아내와 항상 병원에 같이 갈 수 있었다. SK온은 상사 결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휴가제도,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송 PM은 “육아를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이 정말 많이 발생하는 데 그럴 때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유연근무제가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부부의 가장 큰 걱정이었던 의료비 고민도 덜어줬다. 특정 질환이 있을 때만 의료비를 지원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SK온은 출산, 육아와 관련된 의료비도 제공한다. 의료비 지원액이 최대 1억원으로 부부는 걱정 없이 병원에 다닐 수 있었다.

헤럴드경제

송리원(오른쪽) SK온 PM과 아내 차지혜씨(왼쪽)가 지난달 네쌍둥이 돌을 맞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차지혜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 PM은 “아내가 다둥이를 임신한 고위험 산모였던 만큼 매주 초음파 검사가 필요했는데, 초음파 검사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검사할 때마다 수십만원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산 이후 네 쌍둥이의 인큐베이터 비용과 아내의 입원비 등이 수천만원에 이르렀는데, 거의 모두 SK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한시름 놓았다”고 덧붙였다.

차 씨는 “우리나라에서 다둥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금전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네 쌍둥이들이 이제 돌을 지나 한 달에 2~3번 병원에 가야 한다”며 “SK의 지원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SK온은 부부의 네 쌍둥이 출산 소식을 사내 방송을 통해 전사적으로 알리고 축하했다. 송 PM 동료가 사내 방송팀에 직접 출산 소식을 제보해 이뤄진 일이다. 당시 대표이사였던 지동섭 사장(현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부부에 친필 카드와 선물바구니를 보냈다. 송 PM은 “이직하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으로서는 정말 감동적인 선물”이었다고 회상했다. SK온은 부부에게 베이비체어를 선물해줬다.

헤럴드경제

네쌍둥이 엄마 차지혜 씨가 24일 경기도 과천시 자택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과천=임세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K온은 출산, 육아에 대한 직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육아휴직 기간을 법정 기간인 1년에 추가로 1년 연장해 최대 2년까지 보장하는 것이다. 육아휴직은 남녀 제한이 없는 만큼 아빠의 육아 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기준 SK온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전체 휴직자의 절반에 이른다.

차 씨는 “현실적인 이유로 다둥이 엄마 중에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 많다”며 “많은 기업이 육아휴직 제도를 SK온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지원이 많지만 정작 육아 관련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 지원을 받기 위해 아이를 둔 엄마들이 몇 달 동안 대기하는 게 현실인 만큼 육아 관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 PM은 “현재 SK온 지원에 충분히 만족하지만 노산이 많아지는 사회 여건에 맞춰 대학등록금 부담을 자녀가 대학교 가기 전에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의 대다수는 단태아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급증하고 있는 다태아들을 위한 정책이 더욱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yeongdai@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