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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가정폭력 남편의 '유치장 입감'을 검찰이 기각… 그 후 살해된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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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남편에 분리조치 1~3호 내려졌으나 위반
2개월 연장하며 유치장 입감도 신청, 검찰 기각
다시 아내 만나 "분리조치 해제" 요구하다 범행
한국일보

경찰 마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고양시에서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가정폭력으로 인해 분리조치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분리조치가 내려졌는데도 참변을 막지 못한 셈이라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24일 일산 동부경찰서는 전날인 23일 오전 6시쯤 고양시 고봉동 한 빌라에서 40대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50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아내 B씨는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경찰에 의해 올해 2월 28일 이미 분리조치된 상태로 파악됐다. 당시 부부싸움 도중 아내가 가정폭력 신고를 했고 출동 경찰이 아내 동의를 얻어 즉시 응급조치를 시행했다. 응급조치는 경찰관이 현장에서 바로 가·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후 경찰은 검찰과 법원을 통해 영장을 받아 추가로 임시조치(1~3호)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영장 발부가 필요한 임시조치(1~5호)는 △1호 현장 격리 △2호 주거지 또는 100m 이내 접근금지 △3호 이메일 및 휴대폰 접근금지 △4호 정신 문제 등 의료기관 위탁(법원에서 판단) △5호 유치장 입감 또는 구치소 구금 등으로 나뉜다.

하지만 A씨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아내를 만났다. 이달 17일에 집 안에서 또 말다툼이 이어졌고, B씨가 가정폭력으로 재차 신고했다. 경찰은 임시조치(1~3호)를 위반했다며 해당 조치 2개월 연장에 이어 가장 강력한 제재인 임시조치 5호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1~3호만 법원에 청구하고 5호는 기각했다. ‘아내가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걸 승낙했고, 다툼에 폭력 등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장비(스마트워치 등) 지급을 제안했지만 B씨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개월 연장된 임시조치 1~3호는 남편 접근을 막지 못했다. A씨는 계속 아내를 만나 분리조치 해제를 요청했다. 사건 당일에도 두 사람은 이 문제로 다퉜고 끝내 비극으로 이어졌다.

임시조치 제도의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가해자의 접근을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어서다. 또 가정폭력 특성상 만나자는 가해자의 제안을 피해자가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근거로 유치장 입감 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정폭력에 대한 형사사법 체계’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셈”이라며 “임시조치 적극 이행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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