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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단독] “24시간 일한다는데 왜 막아?”…‘이것’ 가만 안두겠다는 변협,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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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내부 징계조사위 논의 시작
‘광고 규정·변호사법’ 등 위반 쟁점
지적에 일일이 답변 ‘팽팽한 공방전’
사실상 징계수순…불복시 법무부로


매일경제

24시간 무료 법률 Q&A 서비스 ‘AI대륙아주’를 출시한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지난달 20일 서비스 시연회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 = 법무법인 대륙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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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리걸테크(법률·기술 결합 서비스) 혁신’ 기치를 내걸고 지난달 출시된 24시간 무료 인공지능(AI) 법률상담 서비스 ‘AI대륙아주’를 징계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전 산업에 걸쳐 AI 활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법률시장의 AI 수용 정도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협은 최근 내부 징계조사위원회(조사위)를 통해 AI대륙아주를 출시한 법무법인 대륙아주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위를 거쳐 변협 징계위원회(징계위)의 최종 결정을 받아야 하지만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내부 기류가 강해 처벌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륙아주가 변협 차원의 징계를 거부할 경우 최종 판단은 법무부 징계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변협은 이달 중순 대륙아주 측에 AI대륙아주 서비스에 대한 해명이 포함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달 대륙아주 측에 해당 서비스에 대한 1차 소명서를 요청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대륙아주는 광고 규정 위반을 비롯해 변협이 질의한 사항들에 대한 반박·해명 입장을 경위서에 담아 지난 23일 제출했다.

변협이 AI대륙아주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항목은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 ‘비(非) 변호사의 법률사무 수행과 이를 통한 이익 공유’, ‘의뢰인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변호사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 세 가지다.

현재 조사위 단계로 안건의 징계위 회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변협이 해당 서비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만큼 실제 징계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변협은 대형로펌이 운영하는 AI대륙아주와 같은 서비스가 국내 법률시장에서 개인변호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이 AI대륙아주에 대해 제기한 문제점 중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과 ‘비변호사와의 법률사무 수행 및 이를 통한 이익 공유’는 변협이 지난달 첫 소명서를 요구할 때부터 지적했던 부분이다. 이후 이달 경위서를 다시 요구할 때는 ‘의뢰인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을 추가로 제기했다.

광고 규정 위반의 경우 변협은 대륙아주가 24시간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를 앞세워 법무법인 인지도를 높이고 언론 등 노출을 늘려 자사를 광고하는 행위가 공정한 수임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24시간’, ‘무료’ 등과 같은 용어가 부당한 염가를 표방하는 광고에 해당해 변호사 광고 규정 제4조 제12호 등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륙아주는 앞으로 ‘24시간 무료’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공식 명칭을 법률상담 대신 ‘법률 Q&A’로 바꿨지만, 변협은 명칭을 어떤 걸로 바꿔도 AI대륙아주의 본질은 법률상담 및 법률서비스 제공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매일경제

대한변호사협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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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법률사무 수행과 이를 통한 이익 공유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법률 질문을 입력하면 AI대륙아주 답변과 함께 네이버 등 포털 화면 하단에 상담을 위한 변호사 광고가 뜨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해당 광고를 통해 대륙아주가 네이버로부터 직간접적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변호사가 아닌 제3자를 통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는 변호사법 제34조(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 등) 제5항 위반이라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변협이 새로 꺼내든 문제점은 의뢰인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다. AI대륙아주를 학습시키기 위한 자료가 대륙아주가 지금까지 수행했던 소송사건들을 바탕으로 구성됐을 확률이 높다며, 만약 이에 대해 의뢰인들로부터 개인정보 활용 등 동의를 받지 않았으면 변호사법 제24조(품위유지 의무 등)와 변호사윤리장전 제5조(품위유지 의무) 등 위반이라고 봤다.

변협 관계자는 “AI 등 혁신을 명분으로 변호사가 아닌 자의 법률사무 수행을 우회하거나 교묘히 빠져나가는 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실정법 위반으로 불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대륙아주는 경위서를 통해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규정 위반의 경우 변협 지적에 따라 광고문구 등을 수정했고, 서비스 출시 당시 낸 보도자료에 대해서는 ‘보도자료까지 광고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변호사 광고 등을 노출시키고는 있지만 대륙아주 소속 변호사는 한 명도 없어 수임과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대륙아주는 아울러 AI대륙아주 서비스가 법률사무에 해당하는지 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AI대륙아주는 기초적 법률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구체적 법률상담을 지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변호사법에서 규정하는 법률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I대륙아주를 통해 의뢰인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대륙아주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서비스를 학습시킬 때 대륙아주가 직접 수임한 사건들을 입력하지 않고 대법원 등에서 정식으로 구매한 판례들을 활용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없고, 따라서 변호사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륙아주에 대한 징계 여부는 변협 조사위를 거쳐 변협 회장의 ‘징계 개시 청구 결정’이 내려지면 변협 징계위로 안건이 회부된다. 만약 여기서 내려지는 징계 결정에 대륙아주가 불복하고 이의 신청을 하면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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